[기독일보] 45억 아시아인의 축제 2014인천아시안게임은 운영 면에서 낙제점이다. 준비는 부실했고, 아마추어리즘에 젖어있는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미숙한 운영으로 연일 도마 위에 올랐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비정상적인 구조적 문제가 정점을 찍었다.
2007년 4월 인천아시안게임을 유치하고 2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어 대회를 준비했지만 미숙하고 무책임한 운영은 피땀 흘린 준비의 의미마저 퇴색시켰다.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 개회식의 꽃이라고 불리는 성화 점화자가 사전에 언론에 공개되면서 흥을 철저히 깼다. '한류 쇼'를 연상하게 한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많은 말들이 나왔다. 각국 선수단과 취재진을 지원하는 과정에서도 곳곳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기본적인 메인프레스센터(MPC)와 취재환경, 이동 지원 등이 특히 부실했다.
들쭉날쭉한 셔틀버스의 운행 시간은 수차례 항의를 받았음에도 마지막까지 개선되지 않았다. 일부 운전자들은 난폭한 운행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통역요원의 부족은 심각했다. 대회 중간에 수당 문제로 논란이 불거지면서 통역요원들이 대거 이탈해 대회 운영에 차질을 빚게 했다. 조직위는 "당초 오지 않은 통역요원들이 많았다"고 해명했지만 현장에서는 통역요원 부족으로 공식 기자회견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불상사가 다반사였다. 통역요원마저 영어 중심으로 구성됐다. 특히 아랍어 같은 경우는 요원 부족으로 금메달리스트가 직접 통역을 하는 '동네 체육대회' 같은 진풍경도 나왔다.
사전 교육 부족으로 일부 자원봉사자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도 여러 차례 목격됐다. 대표적으로 믹스트존에서 선수들과 사진을 찍는다거나 사인을 받는 장면은 운영의 주체인지, 단순한 팬인지 의아하게 했다. 조직위의 자원봉사자에 대한 지원도 부실했다. 일부 경기장에서는 날짜가 지난 도시락이 배달됐고, 대중교통이 모두 끊긴 늦은 시간에 퇴근하는 자원봉사자는 철저하게 사비를 털어 귀가했다.
시설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양궁이 열린 계양아시아드양궁장, 세팍타크로가 열린 부천체육관 등은 폭우 탓에 경기가 중단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배드민턴장은 정전으로 중단됐다. 역도경기장은 비닐하우스를 연상하게 하는 임시 건물로 지어 각국 선수단과 취재진들을 놀라게 했다. 성화가 대회 도중에 꺼지는 초유의 일도 벌어졌다.
국제 종합대회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인 판정시비도 일었다. 특히 복싱경기장에서는 한국 선수와 경기를 치렀다가 패한 한 인도 선수가 메달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거부하며 퇴장해 파문이 일었다. 몽골 선수단도 같은 이유로 강력하게 항의했다.
팬들과 취재진의 관심에서 멀었던 일부 종목들에서도 여러 이유로 특정국가가 판정에 손해를 봤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왔다.
조직위는 대회가 열리는 동안 매일 오전에 각국 취재진을 상대로 미디어 브리핑을 가졌다. 이 자리는 취재진의 항의와 질책, 조직위의 사과성 해명이 주를 이뤘다. "저는 잘 모르는 일입니다." "OO부서에 문의해 보세요."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답이었다.
한국은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아시안게임과는 차원이 다른 세계인의 축제다. 철저한 준비와 의식전환이 절실하다. 인천아시안게임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목소리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