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이슬람국가(IS)가 또다시 영국인 구호활동가를 참수했다.
IS는 3일(현지시간) 앨런 헤닝(Alan Henning, 47)을 살해하는 영상을 공개하고 이는 자신들에 대한 공습에 영국이 참여한 데 대한 응징이라고 밝혔다.
이 영상에서 헤닝은 죽기 전 "나는 앨런 헤닝이다. IS를 공격하기로 한 영국 의회의 결정 때문에, 영국 국민의 한 명인 나는 지금 그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선 참수 영상에서와 같이 영국 억양을 쓰는 IS 대원은 이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다음에는 미국인인 피터 카시그(PeterKassig, 26)를 참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오바마, 당신은 시리아의 공습을 시작했고 우리 사람들을 계속해서 공격하고 있다. 그러니 우리도 당신의 국민들을 공격하겠다"고 밝혔다.
IS는 지난 8월 중순부터 약 2주 간격으로 미국인 기자인 제임스 폴리와 스티븐 소틀로프, 영국인 구호활동가인 데이비드 헤인스를 참수해 왔으며, 헤닝은 네번째 희생자가 됐다.
앞서 9월 15일 공개된 헤인스를 참수하는 영상에서 IS는 헤닝을 살해하겠다고 예고했었다. 헤닝의 아내인 바바라 헤닝은 공개성명을 통해서 남편을 풀어줄 것을 IS에 호소해 왔다.
영국과 미국 정부는 이 같은 잔혹 행위를 강력히 규탄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3일 영상이 진짜인 것으로 판명된 이후 "헤닝의 살해는 이들 테러리스트들이 얼마나 야만스럽고 혐오스러운 존재인지 보여준다"고 밝혔다.
캐머런 총리는 "헤닝은 종교의 차이를 떠나 도움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에게 구호를 제공하고자 시리아로 떠났다"며, "그가 시리아인들을 도우던 중 납치되어 결국 살해됐다는 사실은 이들 IS 테러리스트들의 악행에는 어떤 한계도 없음을 잘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영국 정부는 이 살인자들을 끝까지 추격해 잡을 것이며 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고 단언했으며, 또한 "헤닝의 가족에게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백악관도 이날 규탄 성명을 내고 "미국은 IS가 저지른 영국 국민인 앨런 헤닝에 대한 잔혹한 살해 범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헤닝은 시리아인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일을 돕고자 했고 그의 죽음은 시리아인들은 물론, 그의 가족과 영국 국민 모두에게도 크나큰 손실이다. 미국은 우리의 친구이자 동맹인 영국 국민들의 편에 서서 헤닝을 살해한 범죄자들을 정의로 심판할 것이다"고 전했다.
또한 백악관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연합전선이 앞으로도 IS의 격퇴를 위해 모든 힘을 한 데 모을 것이라며, "광범위한 전 세계 동맹국들과 협력국들과 함께 IS를 파괴하기 위해 앞으로도 단호한 행동을 지속해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IS가 다섯번째 참수 대상으로 지목한 피터 카시그는 인디애나 출신으로 시리아, 레바논, 터키 등지에서 난민들을 돕는 구호활동을 해 왔으며, 지난 2013년 시리아에서 납치됐다.
카시그의 부모는 IS에 아들을 풀어줄 것을 호소하는 성명을 내고, 그가 이슬람으로 개종했으며 '압둘 라흐만 카시그'라는 이슬람식 이름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