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는 리비아 사태 관련 보도 중 이른바 ‘카다피 리스트’란 것이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카다피 리스트’란 리비아의 사악한 독재자 카다피 일가(family)를 위해 공연을 하고 거액을 받은 세계적 팝스타의 명단을 일컫는다.

비욘세, 머라이어 캐리, 넬리 퍼타도, 어셔, 50센트, 본 조비, 린제이 로한, 라이오넬 리치 등 거물 팝스타들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주로 카다피의 아들 등 일가의 파티를 위한 공연을 하고 각각 최대 100만 달러(약 11억원)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리스트’가 공개되자 전세계적으로 이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고 그런 가운데 머라이어 캐리는 최근 자신의 행위에 대한 반성의 뜻을 표시하면서 카다피 일가로부터 받은 출연료를 인권 단체에 기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캐나다의 여가수인 퍼타도 역시 카다피 일가를 위해 공연을 하고 받은 100만 달러를 기부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2007년 이탈리아의 한 호텔에서 카다피 일가의 손님들을 위해 ‘45분간’ 공연을 한 대가였다. 궁지에 몰린 다른 ‘카다피 리스트 스타’들도 속속 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카다피 리스트’ 관련 보도를 보면서 ‘해외 톱스타들이 역시 돈을 쉽게도 참 많이 벌고 있구나’란 생각의 재확인과 함께 톱스타들에겐 일반 공연이 아닌 이런 식의 ‘특별한 부자들’을 위한 공연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해외 톱스타들의 수입은 어느 정도일까? 미국 연예잡지 퍼레이드가 최근 발표한 지난 한 해 연예인들의 소득 순위에 따르면 오프라 윈프리가 2010년에 3억 1,500만 달러(약 3,500억 원)로 1위를, 2009년 세상을 떠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2억 7,500만 달러(3,000억 원)를 벌어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되어 있다. 뒤를 이어 호주의 록 그룹 AC/DC가 3위를, 가수 비욘세가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거두는 수입은 일반인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천문학적 액수로 웬만한 중소기업의 수익을 능가하는 고수입이다. 때문에 이런 초고소득 연예인을 ‘걸어다니는 1인 기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연예인들의 소득은 노출되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실제 수입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얘기도 많다. 국내 톱스타들의 경우, 아직 영미 등 해외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만 최근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강화되고 한류 열풍이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입도 급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웬만한 기업인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해외 톱스타들은 극소수의 상류계층을 일컫는 VVIP 중에서도 상위 그룹에 속하면서 여러 채의 집과 별장, 자가용 비행기 등을 소유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씀씀이도 ‘차원’이 다르다. 가수 마돈나가 영화감독이자 자신의 전 남편인 가이 리치와 이혼하면서 위자료로 지급한 액수가 무려 1,000억 원이었다. 1조원 가까운 재산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마돈나는 공연에서 가장 비싼 입장료를 받는 가수로 손꼽힌다. 당연한 얘기지만 해외 톱스타들은 ‘자신들을 먹여 살리는 팬인 일반 대중’과는 분리된 특수 계층의 삶을 산다. 오늘날 그들은 현대판 귀족 혹은 왕이다. 영미 팝스타 중엔 유서 깊은 고성(固城)을 별장으로 가진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일반인이 결코 근접할 수 없는 엄청난 부와 명예를 소유한 이들이 상대적으로 가지는 두려움과 공허감이 크다. 그들은 이러한 불안과 공허감을 해소하기 위해 알코올이나 마약에 의존하거나, 동양 신비주의 종교 등 사이비 종교에 집착하기도 한다. 두려움과 공허감은 돈으로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도한 부와 명예가 주는 복(福)의 ‘우울함’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비록 소수라고는 하나 연예인들의 이러한 초고소득, 그리고 어찌하면 너무나 쉬워 보이는 이들의 돈벌이(45분 파티 공연에 11억)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들의 재능이 정말 남다르고 그들의 노력이 참으로 치열하고, 그들의 연기나 노래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서 그들이 받는 보상이 과연 얼마나 정당한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그들의 재능과 노력과 수고가 대통령이나 관료, 기업인, 학자, 의사나 법조인보다 얼마나 더 우월한 것인가? 아니 일반 봉급생활자나 상인, 노동자보다 얼마나 더 치열하고 우월한 것인가? 국내 오락 프로그램에 나와 잡담하고 농담하면서 한 프로에 수백만 원을 받는 연예인에 대해 누군가 ‘저들은 놀면서 돈을 벌고 있으니 참 좋겠군’이란 말을 했는데, 농담으로 흘려 들을 얘기는 아니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드라마 1회 출연에 2500만원을 받는 탤런트의 몸값을 탓할 일은 못된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연예인 특히 톱스타들에 대한 ‘비정상적 보상’은 우리가 살아 숨 쉬는 이 세상이 정상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는 가장 극명한 예(例) 중의 하나이다.

엔터테인먼트(연예오락)는 오늘날 ‘현실 도피’를 위한 가장 손쉬운 방편이다. 오늘날 그리스도가 아닌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영혼의 빈자리를 오락과 환상으로 대신하려는 현대인들의 현실 도피를 향한 비정상적 몸부림이 연예계에 ‘불로소득’과 ‘불공정 수익’ 등 마귀적 경제 시스템을 고착시켰다. 개인적으로 볼 때 ‘하나님의 경제 정의(正義)’가 가장 심하게 왜곡된 영역 중 하나가 바로 연예계(entertainment world)이다.

글ㅣ칼럼니스트 강인중/ 출처: e-낮은울타리(http://www.woolta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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