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강정훈 교수] 우리가 흔히 대하는 성서화에서 하나님의 아들로서 지혜롭고 위엄을 갖춘 예수와 경건하고 아름다운 성모마리아의 모습만 보다가, 옷을 다 벗은 천진난만한 아기의 모습으로 젖가슴을 드러낸 엄마 품에 안겨 젖을 꼭 잡고 옹알이를 하는 파격적인 구도의 작품을 보노라면 우리는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된다.
성모와 아기예수 그림 중에서 아기예수에게 엄마로서 수유하는 모습인 젖먹이는 마리아 도상을 마리아 락탄스(Maria Lactans)라 한다.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난 아기예수의 젖을 먹는 모습은 3세기 로마 지하동굴과 초기 곱틱 미술에서 처음으로 보인다. 마리아락탄스 도형이 중세 필사본에서 분명하게 보이기는 13세기에 와서야 에임즈베리 시편집(Amesbury Psalter)의 필사본 삽화에 처음으로 보인다.
성서화에서 아기예수 도상은 역사적으로 보면 교회 안에서 성모 마리아의 지위격상의 결과 나타난 산물이라 할 수 있다. 5세기까지는 마돈나와 아기 예수를 함께 주제로 한 작품이 드물었다.
AD431년 에베소 공의회에서 성모에게 "신을 잉태하고 낳은 어머니"라는 뜻에서 "테오토코스(Theotokos)"라는 이름과 지위를 부여하였다. 이때부터 마리아의 격에 맞는 "성모와 아기예수"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때의 아기예수는 옥좌에 앉거나, 마돈나의 무릎에 앉거나 옆에 반듯이 서 있더라도 초월적이며 신성한 모습이다.
르네상스 여명기인 14세기부터 창조의 아름다움과 하나님의 사람되심(성육신)을 특별히 주장하였던 성 프란체스코(AD 1181-1226)의 교리와 르네상스에서 싹이 튼 인본주의의 영향으로 성모자의 모습도 변하기 시작했다. 성모 마리아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거나 슬픈 기색이 어리며 조심스레 모성이 들어나고 있다. 아기예수도 따뜻한 웃음과 아기다운 모습으로 그리기 시작하였다.
회화에서도 엄마와 아기는 인간의 모습으로 대담하게 표현되었다. 가슴을 풀어헤친 엄마의 젖을 먹는 "마리아 락탄스"라는 도상은 14세기에 로렌제티(Ambrogio Lorenzetti)의 <젖먹이는 마돈나>가 회화로는 초기 작품으로 보인다.
아기예수는 초기인 14-15세기에는 아기에게도 일정 부분은 옷이나 이부자리로 가렸으나 16세기부터는 르네상스의 영향으로 코레지오나 엘 그레코나의 마리아 락탄스처럼 옷 하나 걸치지 않은 적나라한 아기 모습을 보여 준다.
성서화를 감상하는 우리 모두가 명심할 일이 있다. 그것은 성서화에서 성모가 아기예수에게 젖을 먹이는 모습은 여성의 관능적 아름다움이나 세상 여인의 모정(母情)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그 모습은 신성한 동정녀 마리아가 아기에게 드러낸 '거룩한 모성(Maternity)'이며, 십자가 고난을 받을 예수에 대한 슬픔과 헌신을 의미한다.
■ 강정훈 교수는...
강정훈 교수는 1969년 제7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해 뉴욕 총영사관 영사(1985~1989)를 거쳐 조달청 외자국장, 조달청 차장(1994~1997) 등을 지내고 1997~1999년까지 조달청장으로 일했다.
행정학박사(연세대·서울대 행정대학원·성균관대학원)로 성균관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2004~2005), 2003년부터 현재까지는 신성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또 (사)세계기업경영개발원 회장(2003~2008)을 역임하기도 했다.
또 지난 2011년에는 35년여간 모은 중세의 성서화 자료와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의 저서 중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 저서 및 자료 675점을 숭실대 학국기독교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1992년에는 성서화전시회를 개최했으며 1994년에는 기독교잡지 '새가정'에 1년 2개월간 성서화를 소개하는 글을 연재했다. 현재는 자신의 블로그 '영천의 성서화 라이브러리'(http://blog.naver.com/yanghwajin)를 통해 다양한 성서화와 이에 얽힌 뒷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