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영국에서 가장 큰 호텔 체인인 트래블롯지(Travelodge)가 객실 내에 비치되어 오던 성경을 모두 없애기로 해 현지 교계가 유감을 표하고 있다.
트래블롯지는 "성경을 없애기로 한 것은 문화적 다양성 때문이다. 영국은 점차 다문화 국가가 되어가고 있다"며, "기독교가 아닌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도 있는데 성경만 객실에 비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자신들의 결정을 설명했다.
이들은 "다만 기독교인인 투숙객들은 요청할 시 성경을 제공받을 수 있다"며 "그 어떤 종교도 차별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트래블롯지는 영국 내에서 500여 개의 호텔을 운영하고 있으며 기드온협회가 제공하는 무료 성경을 객실 내 서랍장에 비치해 왔다. 그러나 최근의 결정으로 성경은 모두 호텔 내 물품 보관실로 옮겨졌다.
영국성공회는 이에 대해 실망감을 표하고, 호텔측이 성경을 없애기로 한 이유가 타당하지 않다며 비판하고 있다. 영국성공회는 대변인을 통해서 "이들의 결정은 비극적인 동시에 말이 되지 않는다"며, "어떻게 다양성을 이유로 들면서 성경을 없애기로 할 수가 있는가"라고 밝혔다.
영국성공회 지도자인 글래스고우 성모마리아성당의 켈빈 홀즈워스 주교는 트래블롯지의 결정은 영국에서 쇠퇴해가는 기독교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기독교는 호텔 객실에 성경이 있느냐 없느냐에 의지하는 종교는 아니지만, 호텔 객실에 성경이 비치되느냐 아니냐는 기독교의 영향력에 의지하는 부분이 있다"며, "좋았던 시대는 이미 사라졌다. 앞으로 이 사회에서 종교는 더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영국에서 프리미어인(Premier Inn)이나 홀리데이인(Holiday Inn) 등의 다른 다른 주요 호텔 체인들은 여전히 객실 내 성경 비치를 고수하고 있으며, 대신 투숙객이 예약 시 자신의 객실에 성경이 놓여 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요청하면 미리 이를 치워두는 방침을 취하고 있다.
기드온협회는 전 세계 호텔과 병원, 학교 등에 무료로 성경을 배포하는 사역을 하고 있는 국제단체다. 그러나 최근 여러 나라들에서는 종교적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이유로 성경 비치를 거부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많은 무신론 단체들이 공공 건물의 성경 비치를 문제 삼으며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주 미국 해군은 무신론 단체의 압력으로 인해 병사들이 생활하는 건물 내에 비치된 기드온 성경을 없앤다는 결정을 내렸다가 이를 철회하며, 계속해서 성경을 비치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