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원이 민주당원보다 더 종교적이라는 통념은 아직도 유효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갤럽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공화당원과 민주당원 간의 '신앙 격차(God Gap)'는 여전히 뚜렷했다.
이 조사 결과 '매우 종교적인' 미국인 가운데 절반 가량인 49%가 스스로를 공화당원 또는 공화당 지지자라고 밝혔다. 36%는 민주당 지지자였고, 11%는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반면, '비종교적인' 미국인 중 역시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52%는 자신이 민주당원 혹은 민주당 지지자라고 말했다. 공화당 지지자는 29%에 불과했고, 무당파는 15%였다.
이러한 신앙적 차이는 또한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치적 성향과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갤럽 조사 보고 책임자인 프랭크 뉴포트는 밝혔다. 그는 "'종교적 참여 격차'라고도 불리는 이 '신앙 격차'는 갤럽이 지난 7년간 진행해 온 조사들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치적 방향에도 특색적으로 나타나 왔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갤럽은 응답자들의 종교성을 평가하기 위해서 두 가지 질문을 제시했다. 즉, 응답자들에게 '종교가 매일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느냐'와, '종교적 의식에 얼마나 자주 참여하고 있느냐'를 물었다.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바탕으로 갤럽은 응답자들을 '매우 종교적(very religious)'이고, '비교적 종교적(moderately religious)'이며, '비종교적인(nonreligious)' 세 그룹으로 분류했다.
한편, '비교적 종교적'인 그룹에 속한 미국인들 중에서는 38%가 공화당 지지자였으며, 44%가 민주당 지지자였다. 또한 어떤 정당에도 속해 있지 않은 무당파 미국인은 '매우 종교적'인 그룹과 '비교적 종교적'인 그룹보다(각각 11%) 비종교적인 그룹에서(15%) 다소 더 높았다.
'신앙 격차'는 정당뿐 아니라 인종 간에도 존재했다. 응답자들 가운데 백인과 히스패닉은 아시아계에 비해서 더 종교적이고 공화당 지지자의 비율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흑인은 이러한 '신앙 격차'에서 예외였다. 흑인 그룹은 매우 높은 종교성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비율인 75%가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혔다.
뉴포트는 이번 조사 결과를 정치적인 관점에서 해석해 적용해 본다면, 이는 공화당이 앞으로 미국 내 다양한 인종 사회에서 지지층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민주당은 종교적인 미국인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화당원들은 소수에 불과한 '매우 종교적'인 미국인들을 넘어서 히스패닉과 아시아계로 지지층을 넓혀나가야 한다. 히스패닉과 아시아계 가운데 종교적인 성향을 가진 이들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지만 종교가 없는 사람들보다는 공화당을 지지할 가능성이 더 높다. 반면, 민주당은 '비교적 종교적'인 미국인들로 이뤄진 현재의 지지 기반을 다른 그룹들에게까지 확대해야 한다. 이는 아마도 여러 사회적 문제와 평등과 관련된 문제에 관한 정당의 입장을 재조정하는 전략을 필요로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실시됐으며, 총 87,023명의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했다. 오차범위는 ±1%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