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그것도 피파랭킹(한국 31위-레바논 146위)에서 한참 낮은 전력상 약체로 평가 받았던 레바논에게 당한 일격이기에 아픔이 크다.
15일(한국시간) 베이루트의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5차전 레바논과의 원정경기에서 레바논의 저돌적인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전반에만 두 골을 내준 한국은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의 페널티킥으로 한 골 만회하는데 만족하면서 1-2로 패했다.
특히 이날 레바논은 지난 9월2일 0-6으로 대패했던 팀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활기찬 모습을 보인 반면, 한국은은 마치 뭔가에 홀린 듯한 모습으로 공격도-패스도-수비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 없은 '무기력한 플레이'를 보였다.
사령탑 조광래 감독은 간판 스트라이커 박주영(아스널)이 경고 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하자 이근호(감바 오사카)-이승기(광주)-서정진(전북)을 공격수로 내세우는 새로운 카드를 시험했다.
또 지난 11일 UAE와의 경기에서 맹활약한 손흥민(함부르크)은 A매치에서 처음 선발 출전하는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이런 시도 모두가 상승세의 레보논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아니 한국 스스로 무너졌다는 표현이 맞다.
한국은 전반 4분만에 레바논에게 일격을 당하며 순탄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을 예고했다.
레바논은 프리킥 찬스에서 압바스 아트위의 낮게 깔아 찬 공을 로다 안타르가 슈팅했고 이 공이 한국 수비수를 맞고 다시 튀어나오자 쇄도하던 알리 알 사디가 다시 슛을 날려 벼락 같은 선제골을 뽑았다.
한국은 전반 18분 레바논 문전에서 헤딩슛을 하려던 이근호가 라메즈 다윱의 발에 얼굴을 맞고 쓰러져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2분 뒤 키커로 나선 구자철이 오른발로 레바논 골문 오른쪽 구석에 차넣어 1-1 동점을 만들면서 분위기를 살리는 듯 했지만, 전반 31분 구자철이 한국 페널티지역 안에서 마흐무드 엘 알리의 볼을 빼앗으려다 무릎으로 몸을 치는 어이 없는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헌납하며 다시 끌려갔다.
전반을 1-2로 마친 한국은 후반에 반전을 노렸으나 계속되는 패스 미스와 부정확하고 무리력한 슈팅으로 제대로된 공격 찬스 하나 만들지 못하면서 결국 예선 첫 패배를 맛볼 수밖에 없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승점 3점을 추가해 최종 예선 진출을 확정하려 했던 한국은 이어 열리는 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UAE) 경기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약 쿠웨이트가 UAE에 승리하지 못할 경우 한국의 최종 예선 진출이 확정되지만, 쿠웨이트가 이길 경우 내년 2월29일 홈에서 열리는 3차 예선 마지막 경기인 쿠웨이트와의 일전(一戰)에 사활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