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와 나사로 이야기는 누가복음 16장에 나오는 예수님의 비유설교이다. 부자는 고은 베로 만든 속옷에 자색 겉옷 등 값진 의복을 입고 잔치를 즐기며 살았다. 거지인 나사로는 부자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로 배를 채우고 개들이 와서 그의 헌데를 핥았다.
부자는 죽은 후 음부에 떨어젔다. 부자는 고통 중에 눈을 들어 쳐다보니 자기 집에서 구걸하던 거지가 아브라함의 품에 있는 것이 보였다. 부자는 목이 말라 아브람에게 호소했다.
"아버지 아브라함이여, 나를 긍휼히 여기사 나사로를 보내어 그 손가락 끝에 물을 찍어 내 혀를 서늘하게 하소서 내가 이 불꽃 가운데서 고민하나이다."
애달프게 호소하나 아브라함은 냉정히 거절한다.
나는 젊은 시절 성경을 읽다가 이 부분에 오면 매번 목에 생선가시가 걸린 것처럼 속이 불편했다. 거지는 나사로란 이름이 있는데 부자는 이름도 없다. 불쌍한 이웃이 가진 어린 양 한 마리를 99마리나 가졌으면서 빼앗은 몹쓸 부자에 비해 특별히 지적한 것이라곤 좋은 옷 입고 잔치를 즐긴 것뿐인데 이 부자는 간단히 음부에 떨어졌다. 선행이라고는 한 줄 기록도 없는 게으름뱅이 거지 나사로는 천사들에게 받들려 아브라함 품에 안기다니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우선 음부는 히브리어로는 "스올"인데 성경에는 구약(창37:35,욥14:13)은 물론 신약(행2:31)에도 선악에 관계없이 죽은 자가 가서 부활 때까지 머무는 중간지대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여기서는 음부를 지옥과 같다고 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여러 책을 뒤져보니 신약시대에 있어서도 처음에는 구약시대와 같이 음부는 중간지대 개념이었으나 점차 악인이 가는 처소를 가리키는 것으로 성격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러나 손가락 끝에 물을 찍어 혀에 넣어 달라는 애원도 거절하면서 답한 아브라함의 설명이 다소 혼란스러웠다. "너는 살았을 때에 네 좋은 것을 받았고 나사로는 고난을 받았으니 이것을 기억하라. 이제 저는 여기서 위로를 받고 너는 고민을 받느니라."
문득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 약대가 바늘귀로 나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막10:25) 부자가 천국 가는 것은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한 게 아닌가?
구약 지혜문학을 읽어보면 유대인들은 부를 하나님이 내리시는 복으로 생각해 왔다. 그래서 그 당시 "제자들이 심히 놀라 서로 말하되 그런즉 누가 구원을 얻을 수 있는가"하였다. 그렇지. 낙타바늘귀문제로 나만 놀라는 것은 아니구나 하고 안심을 하고 납득할 해답을 찾아 나갔다.
그 당시 놀라는 제자들을 보고 예수님이 말씀하셨다. "사람으로는 할 수 없으되 하나님은 다 하실 수 있느니라" 어려운 이 문제를 성경학자들은 이렇게 해석한다. "구원은 사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나 하나님의 능력으로는 가능하며,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하나님의 선물로 주어진다"는 것이다.
이 쯤 이해하고 나서 위의 그림을 다시 찬찬히 보니 이름 모를 부자가 미음에 드는 구석이 없어졌다. 기름기가 반들반들한 강아지가 세 마리 씩이나 있구나. 바지를 걸치지 못한 거지에 비해 부자의 옷차림은 너무 호화롭다. 청홍색으로 양분된 음부와 낙원은 나사로를 안고 있는 아브라함의 모습과 지옥불 속에서도 마귀의 채찍을 맞는 악인의 모습이 극명하게 대조된다. 그들 위에는 늦기 전에 잘 읽으라는 두루마리 성경이 펼쳐 있다.
헨리 8세 기도서는 1500년 전후에 프랑스의 투르지역에서 화가 쟝 포이어(Jean Poyer)가 채식한 르네상스 기도서이다. 풍부한 색채로 아름답게 꾸며진 이 기도서의 명칭은 영국 튜더왕조의 헨리 8세의 기도서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영국왕실에 소장된 역사적인 기도서이나 지금은 뉴욕의 모건 도서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헨리 8세(1491-1547)는 시녀와의 사랑에 빠저 왕비와의 이혼요청을 거부한 로마교황청과 결별하고 영국 국교회(성공회)를 수립한 장본인이다. 종교도 왕권아래 두어 절대주의를 더욱 공고히 하였다.
중세 기도서에는 복음서와 시편등 주요 성경구절과 기도문이 있고 성경의 주요 내용을 표현한 성서화가 삽입되어 있으며 교회 축일이나 예배와 묵상 등 행사를 보여주는 월력이 있다.
헨리 8세 기도서의 6월 달력에는 "풀베기"라는 제목의 삽화를 달력 위쪽에 실었다. 이 삽화를 보면 하절기가 시작되는 6월에 일꾼들은 건초용 풀을 베는 힘든 노동부터 시작한다.
■ 강정훈 교수는...
강정훈 교수는 1969년 제7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해 뉴욕 총영사관 영사(1985~1989)를 거쳐 조달청 외자국장, 조달청 차장(1994~1997) 등을 지내고 1997~1999년까지 조달청장으로 일했다.
행정학박사(연세대·서울대 행정대학원·성균관대학원)로 성균관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2004~2005), 2003년부터 현재까지는 신성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또 (사)세계기업경영개발원 회장(2003~2008)을 역임하기도 했다.
또 지난 2011년에는 35년여간 모은 중세의 성서화 자료와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의 저서 중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 저서 및 자료 675점을 숭실대 학국기독교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1992년에는 성서화전시회를 개최했으며 1994년에는 기독교잡지 '새가정'에 1년 2개월간 성서화를 소개하는 글을 연재했다. 현재는 자신의 블로그 '영천의 성서화 라이브러리'(http://blog.naver.com/yanghwajin)를 통해 다양한 성서화와 이에 얽힌 뒷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