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가톨릭 교회가 자국의 월드컵 개최는 국민들의 필요를 무시한 국가 예산 낭비라고 비판했다.
브라질주교회의(Brazil's Bishops Conference)는 최근 정부 당국에 시민들의 월드컵 반대 집회를 허가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정부는 국민들이 여전히 위생과 교육 등의 기본적인 공공 서비스의 부족으로 불편을 겪고 있는데도 월드컵을 위해 110억 달러의 국가 예산을 허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교회의는 "우리 가톨릭 교회는 정부가 국고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 우선순위를 보건, 위생, 교육, 대중교통, 안정 등 국민의 필요에 두지 않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각 교구에 이 같은 주장을 담은 소책자를 배부하고 각 교회들이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지지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12일 월드컵 개막이 코 앞으로 다가온 현재에도 브라질에서는 이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첫 번째 경기가 치러지는 상파울루에서는 닷새째 지하철 노조의 파업이 지속되고 있어 큰 혼란이 일고 있다. 이외에도 전국 12개 월드컵 스타디움 근처에서 월드컵에 반대하는 사회 운동가들의 시위가 이어졌으며, 무역 노조 역시 파업을 단행하고 나섰다. 리우데자네이루 지역 지하철 노조는 전면 파업을 예고해 놓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브라질에서 월드컵을 둘러싸고 이처럼 시위와 파업이 이어지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를 국민들의 생활고로 꼽고 있다.
한 때 브라질은 신흥 경제강국으로 각광 받았으나,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최근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되면서 서민들의 가계 지출 가운데 20%가 빚을 갚는 데 쓰이는 등 생활고가 나날이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월드컵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브라질 정부가 경제적 실익도 분명치 않은 국제 행사에 목을 매고 있다"며, "국민들의 생활 개선을 위해 투자해야 할 돈이 엉뚱한 곳에 쓰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