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시장과 교육감에 진보적 성향인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와 민주진보단일후보인 조희연 후보가 각각 당선됐다.
하지만 6.4지방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5월 31일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교육감 후보가 우연히 만난 한 선거유세 현장에서 목격했던 편치 못한 광경이 떠오른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는 줄곧 여론조사에서 상대 수보에 앞서왔지만, 조희연(성공회대 교수 출신) 후보는 선거 며칠 전까지도 보수 후보인 고승덕 후보와 문용린(현 교육감) 후보보다 많이 뒤진 상태였다. 줄곧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린 고승덕 후보의 딸 '캔디 고'가 페이스북에 '아버지는 교육감 자격이 없다'라는 글을 남기면서 교육감 후보 선거는 요동을 쳤고, 이에 조희연 후보에게는 좋은 기회가 됐다.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54.5%로 44.7%을 얻은 정몽준 후보에게 앞선 가운데 당선이 확실시 됐고, 여론조사에서 줄곧 한 자리 숫자를 넘기지 못한 조희연 교육감 후보는 출구조사 결과 40.9%를 얻어 30.8%을 얻은 데 그친 문용린 후보를 10% 차로 따돌려 당선이 유력했다. 아니야 다를까 방송3사 출구조사 대로 두 후보는 무난히 당선됐다.
한 마디로 서울특별시에는 진보적 시장과 교육감이 나란히 당선된 초유의 사건이 일어났다.
그럼 지난 31일 낮 서울 양천구 양천공원에서 두 후보의 만남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던 편치 못한 순간의 광경을 되새겨 볼까한다.
지난 31일 낮 서울 양천구 양천공원에서는 한 시민의 SNS 건의를 받아드려 박원순 후보가 약속한 '5060 도시락 행사'를 열었다. 이날 오전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는 신도림역에서 남경필 경기지사후보,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와 만나 정책 공조 선언을 한 날이었다.
5060 점심 도시락행사는 50대 60대 베이비부머 세대 가족들과 박 후보가 도시락을 함께 하며 현안문제를 얘기한 자연스러운 모임 자리였다. 목동, 신정동 등 인근 주민 100여명의 가족들이 양천공원에 모였고, 박원순 후보는 12시가 조금 지나 이곳을 찾았다.
박 후보는 직접 도시락을 가지고 와 주민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며 여러 지역 현안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이 시각 이곳 주변에서 선거운동을 하던 조희연 교육감 후보가 양천공원을 찾아, 점심 도시락을 먹고 있는 박원순 시장후보를 발견하고 만나려하자, 박 시장 후보측 선거운동원들이 만나지 못하게 하는 과정에서 서로 실랑이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근거리에 있는터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모습을 순식간에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사진을 기사와 함께 보내려 했으나 의도와 다르게 민감한 선거에서 상대후보들이 사건을 확대 재생산 할 수 있다는 생각과 박 후보에게 오해의 소지를 남길 수 있다는 생각에서 송고하지 않았다. 지난 1일 유세현장 서울 양천구 양천공원 박원순 후보의 5060 도시락행사를 송고했다. 또한 박 후보와 조 후보가 만나 웃는 모습만을 사진으로 삽입해 송고했다.
당시 박 후보를 만나려온 조희연 후보와 후보측 수행원들은 '왜 잠시 만나고 간다는데 막느냐'고 저지하는 박 후보 선거운동원에게 목청을 높였고, 어쩌다보니 조희연 후보와 수행원이 자연스레 밀고 들어가 박원순 후보를 만날 수 있었다.
당시 박원순 시장후보와 만나 악수를 한 조희연 교육감 후보는 도시락 점심을 함께 하며 솔직한 마음을 털어 놓았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한 자리에 머물고 있는 터라 조 후보는 "박원순 후보가 워낙 인기가 있어 만나려 왔다"고 말했다.
당시 이 말을 들은 나는 조희연 후보가 측은 하게 느껴졌다. 인기가 있는 박원순 후보에게 와 함께 한다는 것을 알려야 선거에 승리할 수 있다는 절박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조희연 후보는 곧바로 "박 후보가 정몽준 후보에게 부당하게 공격을 받고 있는데, 농약급식은 현 문용린 교육감의 현교육청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박 후보를 위로하는 발언도 했다.
당시 필자 생각이 틀렸는지 모르지만 민주진보단일후보(통합진보당 성향까지 포함한 )인 조 후보를 만나는 것을 박원순 후보 측근 운동원들이 싫어한 이유를 짐작케 했다. 정몽준 후보가 박 후보를 바짝 추격하면서 진보성향을 문제 삼고 있는 상태에서 조희연 후보(통합진보당 성향까지 포함한 후보)를 만난 것이 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 광경을 생각하며 현장 소식 기사를 썼고, 기사를 송고하고 곰곰히 생각해봐도 이 곳에서 일어난 모습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인가, 만나러 온 후보를 문전박대한 것이 진보성향의 시장 후보측 운동원들이 할 일인가 등이 머리를 스쳤다. 그래서 박 시장후보 캠프에서 주요 일을 하고 있는 모 관계자에게 느낀 감정을 카톡으로 보냈다. 캠프 관계자는 지난 대선에서도 안철수 대선후보 캠프에서도 일을 했던 나름대로 인품이 있는 인물이었다. 왜냐하면 같은 성향의 후보 운동원끼리 다투는 것이 좋지 않게 보였고, 한편으로는 조희연 후보가 솔직히 측은하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양천공원 도시락퍼포먼스에 왔는데, 조희연 후보가 박원순 후보를 지근거리에서 만나려하는데 박 후보측 선거운동원들이 못 만나게 하는 좋지 않은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선거 전략일 수도 있으나 잘 참고해 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조언이 올바른지 모르겠습니다."
이 글과 함께 캠프 관계자에게 조 후보와 수행원들이 박원순 후보 운동원들과 실랑이를 벌인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함께 카톡으로 보냈다.
어찌됐든 이제 박원순 시장후보와 조희연 교육감 후보가 모두 당선됐다. 박원순 시장의 재선의 성공은 유력한 야당 대선 후보의 등장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이제 대선을 꿈꾸게 될지 모를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장 후보를 도운 캠프관계자들이 사소한 일이라고 치부할지 모르나 선거운동 과정에서의 사소한 문제라도 성찰하고 꼼꼼하게 점검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당시 이 광경을 도시락행사에 참석한 여러 사람들이 목격했다는 사실을 깊이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다시는 선거과정에서 같은 성향끼리 이런 좋지 않은 일들이 벌어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기사화가 되지 않았다고 다행이라는 생각을 버려려야 한다. 좋지 않는 모습을 이곳에 온 사람들의 다수가 봤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런 문제를 지적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이런 일들이 선거과정에서 재발될 수 있고, 선거에서 좋지 못한 결과를 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두 당선자가 임기동안 대한민국의 정치와 행정 그리고 교육에 있어 국민들이 바라는 일을 해 국민들의 자랑으로 남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