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삼성전자와 반도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간 협상이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5개월여만에 재개됐다.
이날 회동은 삼성전자 대표이사인 권오현 부회장이 14일 사과와 함께 피해자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서 꾸려진 첫 대화자리다.
이날 교섭에는 삼성에서 삼성전자 이인용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이 직접 실무진과 나섰으며 반올림 측에서는 삼성 반도체 피해자 고(故) 황유미씨의 부친인 황상기씨와 이종란 노무사를 비롯한 10여명이 나섰다.
양측은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지만, 2시간 동안 이어진 대화를 마치고 나온 양측 대표단의 표정은 한층 밝아진 모습이었다. 먼저 교섭장을 나온 반올림측은 "대화에 일부 진전이 있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다 지난 2007년 급성백혈병으로 숨진 황유미씨의 부친 황상기씨는 "다른 교섭 때보다 상당히 진도가 나갔다"며 "특히 피해자의 마음을 어루만져줘서 좋았다"고 평가했다.
이인용 사장은 "협상 진전을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는 생각"이라며 "삼성전자가 제기한 고소 문제를 이른 시일 내에 해결하겠다 했고 앞으로 가족, 반올림과의 대화를 전향적으로 풀어가기 위해 협상 대표단을 새롭게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날 대화에서 양측이 일부 진전을 보임에 따라, 지난 7년간 끌어왔던 백혈병 산업재해 논란이 드디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교섭에서 ▲사과·보상·재발방지와 관련한 성실한 대화 ▲회사가 제기한 고소 건 취하 ▲실무자 협의 후 다음 협의일 결정 을 약속했다.
중재와 조정기구에 대해서도 양측은 합의는 없었지만 논의에 진척을 보이며 6월 중에 있을 3차 교섭을 준비하기로 했다.
하지만 양측이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반올림측은 이날 대화에 앞서 삼성의 반노조 문화까지 거론한 상태여서 앞으로의 대화를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