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조폐국에서 발행한 은화는 성서화를 수집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보물창고라 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유대교의 나라이지만 구약성경을 경전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 기념주화는 구약성경과 관련된 주제가 많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한 후 10년 만에 당시 수상이던 데이빗 벤 구리온에 의해 이스라엘 조폐국(Israel Government Coins and Medals Corporation)이 설립되었다. 이 조폐국에서는 이스라엘의 역사와 업적을 기리고 역사상 중요한 인물들을 추모하는 목적으로 통용화폐는 물론 기념주화와 메달을 발행한다. 오늘날에는 각종 예술작품과 귀금속류 등도 제작 판매하고 있다.
그동안 다윗왕과 엘리야 선지자 등 구약의 주요 인물들의 이야기와 예루살렘 요단강과 같은 성경의 주요한 성지에 대한 묘사 그리고 유월절, 수전절(하누카 Hanukkah) 등 주요 절기에 관한 화폐를 발행하였다.
이스라엘 화폐에는 로마에 의해 멸망한 후 2000년 동안 세계각지에 흩어져 살면서도 유태인으로서 문화와 관습과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인 디아스포라가 예배에 사용한 촛대(메노라)와 같은 제사 용구에 관한 자료를 생생하게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샤갈, 달리, 렘브란트 같은 유명 화가들의 판화와 메달도 발행하고 있다.
성서화 수집의 주요 영역은 중세의 필사본 삽화를 비롯하여 유명 화가들의 회화작품이 주종을 이루지만 피에타 (Pieta )와 같은 교회조각과 교회창문을 성스럽게 꾸민 스테인드그라스와 고화폐 등이 중요한 대상이다.
이스라엘이 기념주화를 발행 할 때에는 유명한 금속조각가들을 공모를 통해 참여시키기 때문에 이스라엘 금화와 은화 등 기념주화는 그 제작기법이 뛰어나고 특히 아름답기 때문에 수집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필자는 뉴욕에서 근무하던 시절에 미국이스라엘화폐학협회(AINA : American Israel Numismatic Association)에 회원으로 가입하였는데 이 협회는 미국화폐학협회(ANA)와 함께 주화, 지폐, 메달, 토큰, 등에 대해 연구하는 미국 내의 공식화폐학협회로 화폐지식, 각종 행사, 코인쇼, 세미나 정보 등을 제공해 준다.
필자는 이 협회의 각종 자료를 통해 업무에 필요한 세계귀금속시장정보를 얻었으며 성서화 연구에 필요한 이스라엘 주화를 수집하기도 하였다. 귀국 후에도 얼마동안 예루살렘에서 자료를 받기도 하였으며 지금은 풍산화동양행으로부터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여기 게재한 금은화 이미지파일은 필자에게 보내오는 월간지 화동뉴스레터와 화동닷컴에서 인용하였다)
위의 은화는 이스라엘조폐국에서 2013년에 발행한 '하프를 켜는 다윗' 은화이다.
구약성경 사무엘서에 사울과 다윗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스라엘의 첫 번째 왕이었던 사울은 블레셋의 침략을 막아내어 백성들의 환호를 받았으나, 신의 가호가 다윗에게 옮겨가면서 말년의 사울은 극심한 두통에 시달렸는데, 다윗의 하프 소리가 그 고통을 진정시켜 주었다. 은화에는 어린 다윗이 사울 왕에게 하프를 연주하는 장면을 담았는데 간결하고 세련된 표현이 돋보인다.
이 은화의 액면가는 2 쉐켈림(Sheqalim)이고 전세계 발행수량은 2,800장이다. 품위는 은 99.9%이다. 일반적으로 순은(99.9%)은 너무 무르고 가공이 어려워 가장 가공에 적당한 92.5%의 은 합금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것을 정은(Sterling Silver)이라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조폐기술의 발달로 이 은화에서와 같이 순은(99.9%)으로 기념주화가 많이 발행되고 있어 인기가 있다.
중량은 31.3g, 크기는 38.7mm, 상태는 무광프루프(PRF)이다. 프루프(Proof) 주화는 먼지가 없는 특별한 작업공간에서 비연속 낱장 방식으로 압인되고, 엄격한 검수와 낱개 포장 공정을 거쳐 생산되는 가장 높은 품질의 무결점 주화로서 수집전문가용이다. 프루프화는 주화의 바닥부분만 광이 나는 무광프루프화와 주화 전체가 유광처리된 상태인 유광프루프(프루프라이크라고도 한다)로 구분된다. 이스라엘의 위의 은화는 무광프루프화로서 적어도 2회 이상의 압인을 하여 품위가 높은 주화이다.
이스라엘조폐국에서는 2013년도에 '요단 강' 은화도 발행하였다.
성경에서 여호수아는 요단강을 건너 약속의 땅으로 들어갔고, 예언자 엘리사는 요단강 물로 나병에 고통 받던 나아만을 치료했다. 무엇보다 요단강은 예수가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은 곳이기도 하다. 이 은화에는 요단강 북부의 언덕과 강의 제방에 있는 독특한 초목들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정경을 담았다.
이 은화의 액면은 2 쉐켈림이며 품위는 은 99.9%이며 중량은 31.1g, 크기는 38.7mm의 크라운이다. 상태는 무광프루프(PRF)이며 발행수량은 2800장이다. 실제 은중량은 31.1g으로 가장 인기있는 1온스 은화이다. 화폐에서 1온스, 2온스 주화라고 지칭하는 경우 주화의 중량이 아니라 실제 금(은)중량을 의미하는 것이다.
크기는 38.7mm로 크라운 사이즈(Crown Size)이다. 17세기 이후 유럽국가들이 신대륙을 발견하면서 많은 양의 은이 유입되어 곧 화폐제조에 반영되었는데 이 당시 만들어진 직경 35~50mm의 은화들을 크라운 사이즈라 하며 이는 소형의 일반 통용전보다 큰 크기로서 은화에 조각된 섬세한 예술품을 감상하기에 적합하다 하겠다.
이스라엘의 화폐단위는 쉐켈(Shekel=쉐켈림)과 아고롯(Agorot)으로 1쉐켈은 100 아고롯이며 지폐는 200,100,50 쉐켈이 있고 동전은 10,5,1,1/2 쉐켈, 10아고롯이 있다. 50쉐켈 지폐는 1978,80년에 발행되었고, 50뉴쉐켈 지폐가 1985-92년에 발행되었다.
이스라엘의 '회오리 속의 엘리야' 금화를 보자.
엘리야는 구약성경 열왕기 편에 나오는 위대한 예언자로서 아합왕과 우상숭배를 하던 왕후 이세벨에게 이스라엘이 극심한 가뭄에 시달릴 것이라고 예언했다. 카르멜산(갈멜산)에서 바알과 아세라의 예언자 850명과 대결하게 되는데 엘리야가 제단을 쌓고 주님을 부르자 곧바로 불로 응답하여 엘리야가 승리를 거둔다. 엘리야는 백성들을 시켜 바알의 예언자들을 처형했고 곧 비가 내리면서 가뭄이 종결되었다.
후에 엘리야는 불, 회오리바람, 병거에 둘러쌓여 하늘로 승천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2011년에 발행된 이 금화의 액면은 10 쉐켈림이며 품위는 금 91.7%(22K)이고 중량은 16.96g, 크기는 30mm, 상태는 무광프루프(PRF)이며 전세계 발행수량은 555장이다.
금화는 황홀한 모습이지만 고가의 상품이다(위의 다윗왕과 요단강은화의 국내판매가격은 현재 11만원이며 엘리야 금화는 284만원이다). 금화와 함께 동일한 디자인의 은화도 발행되었기 때문에 성서화 감상을 위해서라면 예술성이 높은 은화가 더 적합하다 하겠다.
섬세하게 조각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프루프 상태의 크라운 은화 속의 성서화를 보고 있노라면 성경 속의 생소한 풍경과 난해한 사건이 우리 앞에 쉽고 친숙하게 다가와서 우리를 감탄케 한다.
■ 강정훈 교수는...
강정훈 교수는 1969년 제7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해 뉴욕 총영사관 영사(1985~1989)를 거쳐 조달청 외자국장, 조달청 차장(1994~1997) 등을 지내고 1997~1999년까지 조달청장으로 일했다.
행정학박사(연세대·서울대 행정대학원·성균관대학원)로 성균관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2004~2005), 2003년부터 현재까지는 신성대학교 초빙교수를 맡고 있다. 또 (사)세계기업경영개발원 회장(2003~2008)을 역임하기도 했다.
강 교수는 1992년 성서화전시회를 개최했으며 1994년에는 기독교잡지 '새가정'에 1년 2개월간 성서화를 소개하는 글을 연재했다.
현재 자신의 블로그 '영천의 성서화 라이브러리'(http://blog.naver.com/yanghwajin)를 통해 다양한 성서화와 이어 얽힌 뒷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그는 35년간 중세의 성서화 자료와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의 저서를 모으고 있다. 그 중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 저서 및 자료 675점은 숭실대 학국기독교박물관에 2011년 기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