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신임 서울시장은 27일 취임 첫날 일정을 새벽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은 것을 시작해 영등포 쪽방촌 방문으로 마무리하면서 '민시장'으로서의 행보를 시작했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당선 이후 첫 일정으로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아 "책상머리에서 연구하는 것보다 경청을 통해 답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박 시장은 오전 6시30분 서울 방배동 자택에서 비서 2명과 함께 택시를 타고 수산시장에 도착, "처음부터 시민을 위한, 시민의 시장, 삶 바꾸는 시장이 되겠다고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남색 점퍼에 빨간색 목도리 차림의 박 시장이 수산시장에 들어서자 상인들은 박수와 함께 박 시장의 이름을 연호하면서 그의 당선을 축하했다.
박 시장은 "여기는 서울시민의 먹거리를 제공하는 곳이다. 시장 혼자 할 수 없다"며 상인들의 협력을 요청했다.
그는 곧바로 상점을 돌며 꽃게나 생선을 들고 상인이나 시민과 포토타임을 가지는 등 한껏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박 시장은 곧이어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으로 간 뒤 걸어서 오전 9시10분께 시청 서소문별관으로 첫 출근했다.
지하철로 출근한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시민이 시장 만나는 게 뭐 특이한 일인가. 한 번 행사가 아니라 계속 이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얼떨떨하고 낯선 기분이다"면서도 "그러나 즐거운 출근이었다. 앞으로 어려움이 있겠지만 시민과 공직자 여러분과 함께 차근차근 상식과 합리에 기반해서 풀어가면 다 잘될 것이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오후 5시를 10분쯤 남긴 시간 영등포 쪽방촌 생활현장을 찾아 "끈끈한 정이 살아있는 마을공동체를 만들어야 복지문제도 해결된다"며 "일회적인 전시행정이 아니라 서민 생활현장을 자주 방문해 서울의 단 몇군데라도 성공사례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검은색 양복과 구두 차림의 박 시장이 영등포 쪽방상담소에 들어서자 쪽방촌 주민 20여명은 박수를 치고 꽃다발을 안기며 신임 서울시장을 환영했다. 박 시장은 웃는 얼굴로 이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인사했다.
박 시장은 상담소에서 쪽방촌의 현황과 주민들의 바람에 대한 내용을 귀담아 들으며 메모했고, 간간이 유머와 질문을 섞어가며 자칫 딱딱해 질 수 있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었다.
영등포 구청장과 동장, 서울 시의원과 구의원, 사회적 기업과 상담소 직원, 쪽방촌 주민 등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박 시장은 "영등포 쪽방촌 같은 취약한 생활지역 거주자의 월동 대책과 주거ㆍ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기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어 상담소 맞은 편에 위치한 요셉의원에 들러 원장 등과 환담을 나눈 뒤 쪽방 생활자 2명의 실태를 점검하고 예정보다 50분 늦은 오후 6시20분께 바빴던 시장으로서의 첫날 일정을 마쳤다.
박 시장은 시청 대회의실에서 4급 이상 직원 200여명을 만나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하는 자리를 가졌다.
그는 "이제 저에 대한 의구심이 풀리죠. 머리에 뿔 달린 거 아니죠"고 물은 뒤 "순종하는 공무원보다 때로는 시민 전체 이익을 위해 대들 줄도 아는 공무원을 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