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마지막 주일 고난주간이 시작됐다. 종려주일인 13일 각 교회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기억하며 예루살렘에 입성하고 십자가를 지기까지 그 한 주를 묵상하는 설교들이 많았고, 성찬식을 함께 나누는 곳도 있었다. 또 한 주간 새벽예배 혹은 심야기도회를 통해 그 과정을 기억하기 원하는 성도들도 있었으며, 설교자들은 한국교회에 대한 고언 역시 잊지 않았다.
이수영 목사(새문안교회)는 "왕과 구원자로 오신 예수님"(마가복음 11:1~10)이란 주제로 설교하면서, 마지막으로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예수님을 군중이 종려나무가지를 가지고(요12:13) 왕과 구원자로 맞던 그 일을 기념하는 주일 설교 답게 예수의 그 마지막 예루살렘 입성에 관한 기록을 살펴봤다.
이 목사는 "당신의 때가 이르렀다고 여기셨기 때문에, 과거 2차례 조용히 예루살렘을 들르셨던 것과는 다르게 공개적으로 예루살렘에 입성하셨다"고 밝히고, "아직 아무도 타 보지 않은 나귀 새끼를 타고 많은 이들이 자신의 겉옷을 깔아 편 그 길 위를 지나가셨다"고 설명했다. 겉옷을 펴 까는 행위는 예수에 대해 왕으로서의 위엄을 인정하는 행위로, "호산나"라고 외친 것과 마찬가지로 예수를 구원자로 인정했다는 뜻이다.
그는 "'호산나,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찬송하리로다. 오는 우리 조상 다윗의 나라여, 가장 높은 곳에서 호산나' 한 것은 이집트의 압제로부터 이스라엘을 구원하신 하나님께서 다시 유대 민족을 로마 제국의 압제로부터 구해내시기 위하여 보내시는 메시야로 예수님을 보았음을 뜻하는 것"이라며 "예루살렘에 모인 사람들은 예수님을 그들의 왕과 구원자로 환호하며 영접했던 것"이라 설명했다.
이 목사는 "예수님께서 나귀 새끼를 타시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일은 무엇보다도 그가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하여 보내신 우리의 참 왕이심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예루살렘에 모였던 유대인들처럼 불과 며칠 사이에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고함지르는 군중으로 돌변하지 않는 참된 주의 백성이 되어야 한다"며 "우리에게 왕과 구원자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날마다 찬양하며 그를 보내주신 하나님께 세세무궁토록 감사와 영광을 올려드리는 우리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복음주의 원로인 김명혁 목사(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강변교회 원로)는 14일 온누리교회(담임 이재훈) 고난주간 심야기도회에서 "십자가의 길"이란 주제로 설교한다. 그는 "십자가는 기독교의 성경의 핵심"이라며 "십자가는 우리의 운명과 삶을 변화시키는데, 저주가 축복으로, 미움이 사랑으로, 원수 맺음이 화해와 평화로 변화된다"며 설교를 시작했다.
김명혁 목사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영광스러운 '하늘의 길'을 버리시고 떠나셔서 '고난'과 '죽음'의 길인 '십자가의 길'로 걸어가셨는데, 온갖 죄악을 범함으로 심판과 저주를 받아 마땅한 우리 죄인들을, 죄와 사망에서 구원하시기 위해서였다"고 말하고, "모순되게도 자신을 십자가에 못박던 로마 군인들에게 긍휼 용서 자비 사랑으로 대하셨다"며 "그 상황을 바라보던 로마 군인들의 대장인 백부장이 무척 놀랐을 것"이라 했다. 덧붙여 "평생 죄만 짓다가 십자가에 달려 죽어가던 악독한 강도 한 사람에게도 구원의 은혜가 임하게 하셨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십자가의 길이 심판과 저주를 받아 마땅한, 악독한 우리들 모두에게 죄 사함과 구원의 은혜를 가져오는 놀라운 길이 됐다"고 설명하고, "주님을 따르는 제자들도 세상의 길이 아닌 '십자가의 길'로 걸어가라고 당부하셨다"며 "십자가의 길은 자기가 사랑하던 사람들과 자기가 의지하던 것들과 자기가 가장 귀중하게 여기던 자기의 목숨까지 버리면서 주님만 따르는 길"이라 설명했다. 이어 "그 길을 걸어가면서 주님 때문에 욕을 먹고 핍박을 당해도 기뻐하고 즐거워하여야 하지만, 그로 말미암아 하늘에서 큰 상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가 "말로는 십자가를 예찬하면서도 실제로는 싫어하며 거부하고, 시끄럽게 노래를 부르면서 감성적으로는 십자가를 예찬하고, 유창하게 설교를 하면서 이성적으로는 십자가를 예찬하면서도 실제로는 '십자가의 길'로 걸어가기를 싫어하며 피해서 가려고 한다"고 지적하고, "베드로도 처음에는 거부했지만 결국 이 길을 갔으며, 스데반의 순교로 말미암아 핍박자 박해자였던 사울에게 구원의 은혜가 임하게 됐으며, 결국 사울이 예수와 십자가만을 전하는, 사도 중의 사도가 되게 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십자가의 길은 자신에게는 영광의 길이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구원과 복의 길이 된다"는 것이다.
이후 사도 바울은 십자가와 부활의 주님을 만난 다음, 세상의 유익하던 것들을 모두 버리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십자에 못 박히신 것만을 알고 전하기로 작정했다고 고백한다. 김 목사는 "사도 바울이 걸어간 '십자가의 길' 덕분에 성 어거스틴도, 칼빈도, 길선주 도사도, 이기풍 깡패도, 회개하고 구원의 은혜를 받게 되었고 '십자가의 길'로 걸어갈 수가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며 서머나 교회 감독 폴리캅과 주기철 손양원 목사가 걸어간 십자가의 길 순교자의 삶을 설명했다.
설교 마지막 김명혁 목사는 "지금 한국교회의 심각한 문제가 '십자가의 길'보다는 세속화와 인간화의 길로 걸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기도와 말씀에 전력하기보다는, 즉 상하고 통회하는 회개의 기도와 십자가 복음의 말씀에 전력하기보다는, 시끄러운 음악과 각종 프로그램과 행사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무조건 우리들 모두에게 '긍휼'과 '용서'와 '자비'와 '사랑'의 손길을 펴시기를 바란다"며 "못난 우리들로 하여금 주님께서 걸어가신 '십자가의 길'로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걸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병금 목사(강남교회)는 "너희는 나의 기쁨"(고후2:1~4)이란 제목으로 설교를 전하면서, 한국교회의 문제를 지적하고 애통해 했다. 그는 먼저 "고린도 교회는 바울이 세우고 이룩한 교회였기 때문에 자기 자식처럼 기쁘고 자랑스러웠지만, 부모의 속을 썩이는 자식이 있는 것처럼 고린도 교회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어서 바울의 마음이 아팠다"며 "그것은 고린도 교회가 세상과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이어 "선교 128년밖에 되지 않은 한국교회는 하나님의 은혜로 엄청난 성장을 거듭해 세계교회가 주목할 정도가 됐지만, 오늘날 한국교회는 마치 고린도 교회처럼, 세상과 별로 구별되지도 않고, 오히려 물질만능주의, 이기주의, 개인주의 등의 세속적 가치관들이 침투해 오는 것을 방치하거나 조장하고 있다"며 "믿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주님의 교회답지 못하다'는 비판까지 받는 처지가 되었으니 주님이 얼마나 괴로워하시겠냐"며 안타까워 했다.
전 목사는 "주님이 오늘 한국교회가 바로 서기를 원하고, 우리 모두가 바로 서기를 원하신다"며 "하나님보다 물질과 세상 것을 추구하고 살았던 것, 교회로서의 사명과 복음선교를 위해서 살지 않고 자기 자신과 자기 가정만을 위해서 살았던 것 등을 회개해야 한다"고 했다. 또 "주님은 우리를 자기의 기쁨으로 알고 계시기에 우리는 주님께 보답하는 생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받는 냉대와 질시에 대해서도 무조건 거부감을 가질 것이 아니라, 주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책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고, "오늘날 믿지 않는 이들의 책망을 주님이 주시는 책망으로 여기고, 그동안 한국 교회가 세속적 가치관에 휩쓸려 값싼 은혜를 남발하면서 교회다운 모습을 잃어버렸음에 대해 회개해야 한다"며 "주님의 '책망'은 아직 우리에게 기회를 주신다는 증거"라고 했다.
이어 "다시 '살아있는 복음'으로 돌아가 교회다운 모습과 그 기능을 회복하여 복음선교와 이웃사랑으로 보답해야 한다"고 말하고,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과 공의를 행하는 일에 헌신할 때, 이 세상에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며 "주님은 여전히 우리를 '주님의 기쁨'으로 생각하고 계시기에 우리는 날마다 '우리는 어떻게 주님의 기쁨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했다. 또 "철저한 회개와 주를 향한 헌신에 최선을 다하면서, 하나님의 나라가 우리 가운데 임하는 것을 맞이해야 할 것"이라 전했다.
한편 사랑의교회(담임 오정현)는 14일부터 19일까지 새벽 4시 30분 서초동 본당에서 "일어나 너 걸어라"라는 주제로 '2014년 봄 특별새벽기도회'를 개최한다. 오정현 목사는 첫 예배 설교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며 뼈져리게 회개하고 각성할 것 ▶믿는 자들끼리 공동체 안에서 갈등과 상처를 극복할 것 ▶은혜를 가지고 영혼을 향한 불타는 마음을 가질 것 등을 놓고 기도하자고 전했다. 온누리교회(담임 이재훈)는 김명혁 오세철 조종남 김진홍 이재훈 목사 등을 강사로 초청해 "십자가의 길"이란 주제를 놓고 '고난주간 심야예배'를 저녁 7시부터 서빙고 본당에서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