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그동안 6.4 지방선거를 위해 내세워온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과 관련 당원과 일반시민 대상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기초선거 공천을 하기로 결정했다. 안철수 공동대표가 사과성명을 발표한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결정을 계기로 기초무공천을 둘러싼 당내 갈등을 봉합하고 선거 승리를 위해 집중하기로 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10일,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안 공동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과 당원의 뜻에 따라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해 정당공천을 하기로 결정했다"며 "과정이나 이유야 어떠했든 저희들마저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 국민들께 사과한다"고 밝혔다.
결심 배경에 대해 안 공동대표는 "정치인 안철수의 신념이 당원 전체의 뜻과 같은 무게를 가질 수 없다는 것만은 분명하다."며 "당원의 뜻은 선거 승리로 정부여당을 견제할 힘부터 가지라는 명령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한,"당대표인 내 신념이 당에 강요되는 독선이 돼선 안 된다"면서 "많은 분들이 새누리당이 공약을 파기한 상황에서 새정치민주연합만 기초단체 무공천을 하면 궤멸적 패배를 당할 것이라고 걱정했다"고 덧붙였다. 지방선거에 대해서도 "오늘 이후 당원의 뜻을 받들어 선거승리를 위해 마지막 한방울의 힘까지 모두 흘리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이어 "정치개혁이라는 새정치민주연합의 가치와 정신에 따라 혁신의 선봉장이 돼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걸어가겠다"고 발언,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안 공동대표의 이번 결정을 이끌어 낸 데에는 현재 당원들의 위기감이 작용했다. 공천 찬성 입장의 당원들과 무공천 찬성의 일반 국민들 견해가 엇갈렸지만, 결과는 지방선거 승리가 절박했던 당원들의 의견이 새정치를 염원한 국민의 여론을 눌렀다.
새정치연합은 9일 여론조사 2곳을 선정해 지난 1년간 1회 이상 당비를 납부한 36만여명의 권리당원과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중에서 무작위로 뽑은 국민 2000명을 상대로 기초공천 폐지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었다. 조사결과 전당원투표와 국민여론조사 결과 '공천해야 한다'는 응답비율이 53.44%, '공천하지 않아야 한다'는 응답은 46.56%로 나왔다.
전당원투표에는 권리당원 35만2252명 중 8만9826명이 참여해 '공천해야 한다'에 5만1327명이, '공천하지 않아야 한다'에 3만8503명이 응답하면서 공천찬성은 57.14%, 공천반대는 42.86%의 응답률을 기록했다. 반면 지지층과 무당파만을 대상(새누리당 지지자 제외)으로 실시한 국민여론조사 결과는 무공천에 힘이 실렸다.
여론조사 A기관에서 1000명 중 '공천해야 한다'에 362명(36.2%), '공천하지 않아야 한다'에 383명(38.3%), '잘 모르겠다'(25.5%)에 255명이 응답함에 따라 '잘 모르겠다'는 항목을 배제할 때, 공천찬성은 48.59%, 공천반대는 51.41%로 집계됐다. B기관에서는 '공천해야 한다'는 420명(42%), '공천하지 않아야 한다'는 405명(40.50%), '잘 모르겠다'는 175명(17.5%)이 응답해 '잘 모르겠다'는 항목을 배제한 결과 공천찬성이 50.91%, 공천반대가 49.09%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2기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를 합산하면 평균을 낸 최종 결과는 '무공천'이 50.25%로 '공천찬성' 49.75%를 근소하게 앞서갔다.
이번 조사에서는 선거 승리에 대한 당원들의 절박함이 드러난 조사이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민주당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안을 전당원투표에 부쳤을 때는 67.7%가 기초선거 공천 폐지에 찬성했지만 이번 조사결과에서는 오히려 공천을 재도입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새정치를 통한 정치권 변화도 중요하지만 그간의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연전연승함에 따라, 이번 선거만큼은 야당이 승리해야 한다는 절박감이다. 새정치연합이 첫 전쟁부터 패배로 시작한다면 앞으로 다가올 총선과 대선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됐다는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기초공천 도입이 결정됨에 따라 이를 위한 당규와 대원칙을 세우기 위해 이날 최고위원회와 시도당 위원장 회의를 잇따라 열어 지방선거에 대비하기로 했다.
한편, 여당인 새누리당도 야권의 기초공천 선회에 대비해 지방선거 전략을 수정하는 등 바빠졌다. 안철수 공동대표가 새정치의 핵심 가치라고 말해 왔던 기초선거 무공천을 '철회'한 만큼 "약속은 커녕 새정치의 명분이 사라졌다"는 비판을 집중 부각해 지방선거에 활용하겠다는 포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