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골프 사상 최초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하는 '맏언니' 박세리(36·KDB산은금융그룹)가 잠시 숨을 골랐다.
박세리는 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 미라지의 미션힐스 골프클럽(파72·6738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 3라운드에서 1타를 줄이는데 그쳐 뒷걸음질쳤다.
공동 선두로 3라운드를 출발한 박세리는 중간합계 8언더파 208타를 적어내 공동 3위로 두 계단 내려 앉았다. 10언더파 206타를 기록해 공동 선두로 나선 미셸 위(25)·렉시 톰슨(19·이상 미국)과는 2타 차로 여전히 우승 가시권이다.
올 시즌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던 박세리는 지난주 끝난 KIA클래식에서 공동 6위를 차지하며 부활에 시동을 걸었다. 유독 인연이 없었던 이번 대회 1라운드부터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리며 우승에 욕심을 드러냈다.
US여자오픈(1998년)과 LPGA 챔피언십(1998·2002·2006년), 브리티시여자오픈(2001년) 등에서 총 5개의 메이저 대회 트로피를 수집한 박세리가 이 대회에서 정상에 오를 경우 역대 6번째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다. 프로골프의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선수가 한 시즌 동안 5개 메이저대회 중 4개 대회에서 우승하는 그랜드슬램과는 달리 기간에 관계 없이 현역 생활 동안 우승하는 것을 말한다.
1~2라운드를 거치는 동안 보기를 단 1개로 막았던 박세리는 이날 3타를 까먹으며 흔들렸다. 아이언 샷감이 좋지 않았다. 1~2라운드 평균 83.33%에 달하던 그린적중률이 이날은 66.66%대로 떨어졌다.
전반라운드 대비 후반라운드 활약이 아쉬웠다. 박세리는 전반라운드 4·7·9번홀에서 각각 1타씩을 줄이며 선두를 굳건히 지켰다.
그러나 후반 첫 홀인 10번홀에서 보기를 내며 흔들린 박세리는 13번홀과 15번홀에서 각각 1타씩을 잃으며 앞서 벌어놓은 타수를 모두 까먹었다.
선두 자리를 내준 박세리는 16번홀에서 4m 남짓의 버디 퍼트를 예쁘게 홀컵에 떨구며 흔들린 퍼트 감을 되찾았다.
나머지 한국(계) 선수들도 3명이나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선전했다.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최운정(24·볼빅)은 이날 3타를 줄여 중간합계 5언더파 211타로 공동 7위에 랭크됐다. 올해 일본여자프로골프투어(JLPGT)에 집중하고 있는 신지애(26)는 중간합계 4언더파 212타를 기록, 양희영(24·KB금융그룹)과 함께 공동 9위 그룹을 형성했다.
디펜딩 챔피언 박인비(26·KB금융그룹)는 중간합계 1오버파 217타 공동 34위에 그쳐 2연패는 사실상 물건너갔다.
박세리가 주춤한 사이 선두 자리는 미셸 위와 톰슨이 나눠 가졌다. 미셸 위는 4타를 줄였고, 톰슨은 3타를 잡아내 나란히 중간합계 10언더파 206타를 적어냈다.
2라운드부터 35개홀 연속 보기 프리(Boggy Free) 행진을 벌여오던 톰슨은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보기를 내 단독선두 기회를 놓쳤다. 투 온에 성공했지만 스리 퍼트를 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