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후반 본격화된 경배와 찬양 운동은 가히 폭발적인 반응과 논란 속에서 예배 뿐 아니라 한국교회 문화 전반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이후 지금까지 음악이 주를 이룬 ‘찬양예배’는 빼놓을 수 없는 예배 형식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지난 20여년 간 확고했던 그 지위가 최근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비록 보수적 성향이긴 하나 한국교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한 교단의 총회장이 공개적으로 이를 비판했고, 몇몇 교회 원로들도 걱정스런 눈빛을 보내고 있다. 상대적으로 청년들을 위한 것임에도 오히려 줄어든 청년 숫자와 경직성의 대안이었던 것이 다시 경직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현실은 ‘찬양예배에도 이제 변화가 필요하다’는 신호를 끊임없이 보내고 있다. 벌써 ‘이머징 예배’(emerging worship)라는 대안적 용어까지 등장했다.
▲발표하고 있는 민호기 목사(소망의바다). ⓒ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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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양예배의 첫 단점은 ‘성역’(Sanctuary) 개념의 상실이다. 민 목사는 “제단은 무대로 탈바꿈했고, 회중석은 웬만한 극장 부럽지 않은 편안한 객석이 됐다”며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한 최근의 현대적 예배로의 편향된 경향성은 오히려 정적인 전통예배의 중요성을 묻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주일 내내 어딜 가나 듣게 되는 현대적 음악의 홍수 속에, 지친 이가 구별된 하루에 교회에까지 가서 듣고 부르는 음악마저 그와 별 다를 바 없는 것이라면, 그 시간과 공간이 ‘성역’이 돼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둘째는 전문가의 부재다. 이는 예배에 있어 설교를 비롯한 성례의 집전이 일정 수준의 신학과정을 이수하고 교단 혹은 교회가 인정한 ‘특정인’-예컨대 목사 등-에게 허락된 반면, 찬양예배의 인도자가 되는 것에는 특별한 기준이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민 목사는 “좋게 말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가능하면 훈련된 사역자를 세우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유독 찬양에 대해서만은 이 기준이 지나치게 낮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그는 “교회 안에 음악 전문가는 많은데, 정작 신학과 음악 양쪽을 이해하는 전문가는 매우 드물다”며 “실제로 워십리더라 불리는 찬양예배 인도자에게 부과된 과도한 권리 탓에 그가 설교자 이상으로 예배의 흐름을 좌우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셋째는 해체 혹은 변화로부터 비롯됐던 찬양예배의 스타일이 또 다른 형식으로 고착화됐다는 것이다.
민 목사에 따르면 현대 대부분의 찬양예배는 조용한 음악과 함께 시작돼 후렴구부터 모든 악기의 강렬한 사운드로 무장되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반주 없이 회중들의 목소리만으로 이어진다. 회중들은 노래를 여러 번 반복해서 부르다가 적절한 때에 자연스레 기도하면서 빠른 템포의 노래가 시작되면 춤추고 뛰는 식이다. 그러다 설교자가 나와 메시지를 전하고 설교가 끝날 때 쯤 기도가 시작되면 다시 밴드가 입장해 조용한 연주로 분위기를 잡아준다.
▲찬양예배에서 회중들이 손을 들며 찬양하고 있는 모습 ⓒ 크리스천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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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세상과의 소통 가능성의 약화다. 이 점을 말하면서 민 목사는 CCM 사역자들이 너무 쉽게 예배 인도자로 변모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복음의 메시지를 담은 은유적인 가사와 트렌디한 음악으로 세상과의 소통 가능성에 인생을 걸었던 CCM 가수들은 하루아침에 거룩한 예배 인도자로 변신들을 하셨고, 하나님과 나 그리고 하나님과 이웃, 세상을 고민해야 할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과 나의 관계에만 집중하게 됐다”며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그런 것을 더 영적인 신앙의 성숙으로 여긴다는 점인데, 이는 마치 변화산에서 초막 셋을 짖고 머무르기를 구한 제자들의 어리석음을 닮았다”고 안타까워했다.
민 목사는 이전에도 여러 잡지에 기고한 자신의 글에서 “세상과의 소통 가능성을 밤새워 고민하고, 그들의 음악과 그들의 어투로 세상에 전할 복음의 진리를 표현하고자 피땀을 쏟아냈던 소위 CCM 아티스트들이 어느 순간 예배 인도자로 발빠른 변신을 하셨다”며 “교회의 (워십으로의) 방향선회에 따른 기독교 시장의 판도변화에 오히려 적극적으로 대처하며 제 밥그릇 지키기에 나섰다”고 비판했었다.
찬양예배의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민 목사는 “한국교회가 이제 집중해야 하는 것은 본질과 형식의 유기적 공존 법을 찾아내는 것”이라며 “형식이 변화되더라도 본질이 훼손되지 않는 가능성의 모색은 현대교회가 바라봐야 할 목적이 돼야 한다. ‘예배는 본질이자 형식이다’라는 이 아이러니한 신비를 이해하지 않고서 한국교회의 예배 회복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민 목사와 함께 홍성훈 대표(홍성훈 오르겔 바우), 전병식 목사(배화여대 교목실장)이 발제자로 참석, ‘파이프 오르간과 예배 음악 설명’ ‘전통적 예전과 청년예배와의 만남’을 제목으로 각각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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