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학회 제40차 정기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성서비평, 예배 등 다양한 주제의 논문들이 발표됐다.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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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학회가 21일과 22일, 이틀에 걸쳐 충남 온양관광호텔에서 개최한 제40차 정기학술대회에선 성서비평과 예배 등 다양한 주제들의 신학 논문들이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김형동 박사(부산장신대)는 ‘성서비평과 한국교회’를 주제로 한 논문에서 성서를 보는 다양한 관점들을 비교·분석했고, 김경진 박사(장신대)는 ‘한국교회 예배의 배경, 윤곽, 그리고 내용’이라는 주제의 논문에서 한국교회의 예배가 발전해 온 역사를 살피며 그 내용을 비평했다. 김재진 박사(숭실대)는 ‘글로벌 한국신학’을 주제로 한국신학의 세계화를 모색했다. 이들 논문들의 내용을 요약했다. -편집자 주
“성서이해, 무모하게 문자만 맹종하지 말길”
김형동 박사는 ‘성서비평과 한국교회’를 주제로 한 논문에서 “초기 한국 개신교는 성서에 대해 보수주의적, 근본주의적, 문자주의적 이해를 가지고 있었다”며 “한국장로교회는 처음부터 성서무오설을 강조했다. ‘정확무오한 유일의 법칙’이라는 이러한 이해는 지금까지도 한국장로교회의 성서관을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1950년대 김재준 박사는 ‘서양 선교사들의 지배와 보수신학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기치 아래 역사비평적 방법을 소개했다”며 “성서가 영감을 받은 성서기자들에 의한 것임을 인정하지만, 성서는 축자적 계시가 아니라 하나의 문학으로서 특별한 역사정 정황 아래서 기록되고 전승된 것임을 역설했다. 이로 인해 한국장로교회는 결국 두 분파로 분열됐다”고 전했다.
성서비평의 역사적 진행 과정을 살핀 김 박사는 이후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그는 “성서해석의 중요성은 과거에 일어난 사건들의 역사적 이해에만 국한될 수 없다. 오히려 역사 속에 개입해 오신 하나님의 행동이 오늘도 성서라는 채널을 통해 우리에게 말씀하고 계신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해석은 본질적으로 ‘유비적 도약’이다. 어떤 의미에서 성서 텍스트는 독자에게 ‘거울’과도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성서이해에 있어 너무 무모하게 문자를 맹종하지 말고 문자에 활력을 제공하는 성령에 의존해야 한다”며 “칼빈의 원칙, 곧 ‘성령의 내적 증언’에 따라 (성경이) 하나님으로 더불어 우리에게 직접 말씀하도록 해야 한다. 독자가 성령의 조명 아래 성서 저자의 전망 속에 끌려 들어갈 때 그는 하나님을 당신에게 말씀하시는 하나님으로 만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열린 예배는 소비자 중심의 예배관”
김경진 박사는 ‘한국교회 예배의 배경, 윤곽, 그리고 내용’을 주제로 한 논문에서 “1960년대 말부터 한국교회는 오순절교회의 약진을 경험하게 된다. 부흥운동이 가져다주는 감정적 희열과 열정을 매우 중요한 예배의 가치로 파악하기 시작했던 것”이라며 “부흥집회 혹은 부흥회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많은 사람들이 기도원을 찾는 등 신비적이고 무속적인 예배들이 더욱 왕성하게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1980년대 후반에 등장하기 시작한 열린 예배 역시 한국교회 예배 흐름의 중요한 부분이다. 이러한 예배는 윌로우크릭교회를 비롯한 미국 개신교회의 현대예배를 모방한 데서부터 시작된 것”이라며 “온누리교회를 중심으로 시작된 열린 예배는 회중들의 필요와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답하고, 그것에 적절한 예배 형태와 내용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소비자 중심의 예배관이라 정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예배에선 아름다운 예술성이 가치있게 여겨질 뿐만 아니라, 현대적인 감각들이 매우 중요하게 다뤄진다”며 “현대적 찬양이 예배의 중심을 차지하면서 말씀 중심의 전통적인 예배와는 차별화 되는 예배가 나타났다. 오날날 이러한 소비자 중심의 예배는 다시 이머징(Emerging) 예배로 전환돼가는 상황 가운데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국교회의 예배가 선교초기와 달리 지나치게 서구적 전통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열린 예배, 이머징 예배 등의 출현 뿐만 아니라 예배서의 발간 과정에서도 서구교회의 예배적 전통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렇듯 다양한 예배 형식이 자웅을 겨루는 오늘의 예배 현장을 미래의 교회가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한국신학 ‘임마누엘’ 지향할 때 세계로 발돋움”
김재진 박사는 ‘글로벌 한국신학’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한국신학이 세계로 뻗어가기 위해서는 ‘임마누엘(하나님이 함께 하시다) 신학’이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이 임마누엘 신학의 특징을 다섯 가지로 요약했다.
먼저 김 박사는 “임마누엘 신학은 개인의 이기주의에서 출발하는 신앙의 사유화가 아니라 온 인류를 사랑하시고 구원하시기를 원하는 창조주 하나님의 우주적이고 보편적인 의지에 상응하는 책임있는 공적 신학”이라며 “타인, 특히 고난 받는 백성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신학이 바로 임마누엘 신학”이라고 역설했다.
다음으로 김 박사는 “임마누엘 신학은 히브리인들의 신앙고백(신 26:5~9)에 근거한 역사적, 신앙고백적 신학”이라며 “임마누엘 신학은 구약 성경적, 즉 구원사적 전거를 가진 신학이며, 글로벌한 한국 개신교 신학의 특성이 돼야 한다. 왜냐하면 그 어느 민족 못지않게 우리 민족은 고난의 역사 속에서 하나님의 구원사역을 경험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마누엘 신학의 세 번째 특징에 대해 김 박사는 “이 신학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경륜적 구원역사 과정에서 계시된 하나님의 자기 계시에 기초하고 있다”며 “하나님의 ‘자기 파송’의 역사적 과정 속에서 하나님은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시는 분으로 자신을 계시하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네 번째 특징으로 김 박사는 “임마누엘 신학은 신학자, 목회자, 그리고 평신도들에게 주어진 선교사명에 기초한 교회의 신학”이라며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파송하신 목적은 모든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도록 하는 데 있다. 즉 고난받는 백성과 함께하도록,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시는 그리스도를 전하라고 제자들을 파송하셨다. 이런 점에서 교회는 선택받은 백성들의 공동체를 넘어 임마누엘을 말과 삶으로 증언해야 하는, 임마누엘 공동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박사는 “임마누엘 신학은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 안에서 시·공간이 극복된 우주적 초월 신학”이라며 “신학은 이 세상 뿐만 아니라 저 세상, 곧 신학의 궁극적인 목적인 하나님 나라에 대한 증언에 종사해야 한다. 따라서 임마누엘 신학은 이 세상의 시·공간을 초월해 있는 하나님 나라의 신학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상 다섯 가지 특성을 가진 임마누엘의 신학이 한국 개신교신학이 될 때, 그 신학은 글로벌한 신학, 곧 세계적인 신학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