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리 부인, 클라라 슈만, 몬테소리, 셀마 라게를뢰프, 히구치 이치요, 신사임당......
이 분들의 공통점을 아십니까? 순서대로 말씀드리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 일본, 그리고 한국의 지폐에 등장했거나 등장하고 있는 여성들입니다. 몇 해 전에 한국에서 5만원권 지폐에 들어갈 인물을 선정하는 데 신사임당으로 할 것인가, 유관순으로 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습니다. 지폐에 담을 인물이 그 나라를 대표할 이들이라면, 조국 독립이라는 대의를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셨던 유관순열사가 선정되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얼마 전 삼일절이 지났습니다. 민족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한다는 게 다소 철지난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격동하는 국제 질서를 생각하면 새로운 방식으로 민족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게 갖는 의미와 과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흔히 3.1절이라고 부르는 기미독립혁명은 한국 기독교와 아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전개되었습니다.
미국기독교협의희외 동양문제위원회가 1919년 4월30일자로 그 당시 한국에 와있던 미국인 30며 이상의 도움을 받아 한국인을 모든 비인도적 학대와 불의에서 보호하고 미국 내에서 건전한 여론을 일으키기 위해 마련한 문서 중에 한국독립 운동사 속의 당시 기독교의 위치를 잘 설명한 글이 있습니다.
"다수의 목사, 장로 및 학생, 이름 있는 평교인들이 지금 감옥에서 형고를 격고 있다는 것이 바로 예수교의 영향이 전국에 미치고 있다는 증거가 되는 것이라 봅니다. 예수교인만이 현 시점에서 국제정세에 정통하여 민족자결의 횃불을 들겠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입니다. 그것도 시간적으로 보아 이때가 가장 적당하다고 판단하리만큼 그 안목이 트여 있었습니다. 조선 예수교인의 이 같은 박력 있는 행동과 의의 있는 존재양식이 없었더라면 이 백성이 호소하려고 하는 이념이 총을 쏘듯이 전국에 무섭게 작용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예수교인만이 참혹한 식민정책 하에서 소망을 포기하지 않았던 유일한 부류의 한국 사람이올시다."
수동적 자세가 아니라 복음과 선교사를 불러들인 능동적인 자세에서 이 땅에 심어진 기독교는 처음부터 민족사와 함께 행진을 해왔습니다. 특히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략으로 나라를 빼앗기고 사법권과 경찰력마저 탈취당한 이 민족의 역사적 곤경에서 보인 당시 기독교인들의 민족을 위한 의의 있는 역할은 95주년 3.1절을 맞는 오늘의 기독교인들이 물려받아야 할 귀한 유산임을 새삼 깨달아야 할 역사적 교훈입니다. 조국을 떠나 있지만 늘 조국을 위해 기도하는 깨어있는 기독교인들이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글ㅣ 중앙장로교회 한병철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