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사회복지 정책으로 죽음으로 내몰린 세 모녀를 향한 추모예식이 진행되고 있다.    ©이동윤 기자

진보 진영 기독교 단체들이 최근 발생한 세 모녀 동반자살 사건을 규탄함과 동시에 정부의 책임있는 대책을 촉구했다. 8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이날 집회는 추모예식과 기자회견 순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우선 한 목소리로 복지 사각지대에 관한 박근혜 정부의 안일한 인식을 질타했다. 김윤영 국장(기독여민회 총무)는 "박근혜 대통령은 '세 모녀가 생활고로 자살하는 가슴이 아픈 사건이 일어났다. 기초수급자 신청을 했거나 관할 구청에서 알았다면 정부의 긴급복지지원 제도를 받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세 모녀가) 기초생활수급, 긴급지원 신청했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어 김 국장은 "제도를 알리면 정말로 사각지대가 줄어드는가. 정부의 '정책 의지'가 부족하며, 필수적인 생계지원(최저생계비 보장)과 실제 자립 가능한 안정적인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추모예식에서 강론을 전한 임용환 신부(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위원장)은 "이런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이 아프면서도 부끄럽고 화가 난다"면서 "예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사순절의 시작인 오늘 우리는 세 모녀의 비극적인 죽음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 신부는 "단지 슬퍼하고 아파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그들에게 무관심했던 우리 자신을 되돌아 보고 반성함과 동시에 그런 사람들에게 손이 미치지 못하는 이 사회의 가난한 사람들을 향한 구조적인 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정부의 변화와 개혁을 촉구하기 위해서"라며 집회의 취지를 전했다.

이어 임 신부는 세 모녀 동반자살 사건이 현 정부의 책임만이 아니라 우리의 책임이라고 자성을 촉구했다. 그는 "가난한 이들에게 손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현 복지제도에 대해서도 무관심했다. 이제라도 가난한 이웃들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사랑을 넓히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정책이나 제도를 바꾸기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임 신부는 거듭 세 모녀 동반자살을 대처하지 못한 정부를 질타하면서 "국가는 인간다운 삶을 위한 책임과 의무가 있다. 지금 정부는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 제도의 허점을 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보장하는 올바른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현 정부의 통회와 회개를 촉구한다. 위험에 처해 있는 사람이 많이 있다. 그리고 갈수록 그런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그나마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마저 후퇴시키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서은정 목사(기독여민회 총무)는 "더 이상 우리의 이웃이 죽게 해서는 안 된다"며 비장한 목소리로 성명을 낭독했다. 성명을 통해 ▲대통령이 직접 책임을 지고 입장과 대책을 밝혀줄 것 ▲빈곤 가족의 집단 자살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범정부, 범사회적 기구를 당장 설치할 것 ▲각종 사회보장, 사회복지 수준의 축소 시도를 중단할 것 ▲최저 생계비 제도 철폐 시도 중단, 공공 의료제도 확대, 저소득 공공 임대주택 공급 확대, 서민 금융정책 개선 등 시행 ▲모든 책임을 가족에게 전가하는 부양 의무제도의 철폐, 인권적 모욕감을 주는 부정수급자 색출 작업 즉각 중단, 수급권자의 권리 부여 등을 박근혜 정부에 촉구했다.

또 "집세를 낼 돈이 없어서 죽어야 하고, 몸이 아픈데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죽어야 한다. 아픈 장애인 아들을 치료할 길이 없어서 죽어야 한다. 아픈 가족이 자신 때문에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으니 죽어야 한다. 노동 현장에서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다 해고되고 고발당해 죽어야 한다. 빚을 졌다고 죽어야 하는 이 비참하고 안타까운 일들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한민국 정부는 어디에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약자를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법은 어디에 있으며, 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한 삶을 보장해줘야 할 사회복지, 사회 안전망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라고 안타까워했다.

더불어 "넘어졌다고 죽게 해서는 안 된다"면서 "살다 보면 누구나 넘어질 수 있고 상처받을 수 있다. 이 사회가 따뜻하게 손 내밀어 주지 못하는 이 공동체가 더 큰 죄인"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가난한고 약한 우리 이웃들이 고통 가운데 죽어 가는데도 그들을 도울 수 없었던 시민 정신, 공동체 정신의 붕괴에 대해서도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 "돈·질병·빚·외로움 때문에 죽음에 이르지 않도록 기도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권리, 인권의 보장이라는 사회복지, 사회보장의 기본 정신을 망각하고 훼손해서는 안 된다"면서 "오히려 수급권의 대상과 범위를 대폭 확장하는 것이 빈곤, 양극화, 사회갈등의 심화를 막고 사회 통합을 이뤄낼 수 있는 첩경임을, 이 길만이 더 이상의 죽음을 막아내는 방법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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