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비준안)이 12일(현지시간) 미국 상·하원에서 모두 통과되면서 미국 국회 비준을 얻었다.
이에 따라 2007년 6월 30일 양국이 협정에 공식서명한 지 4년 3개월여만에 미국에서 먼저 한미 FTA 비준 절차가 끝나게 되면서, 공은 한국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미 의회는 이날 저녁 하원에서 먼저 한미 FTA 이행법안을 처리한 뒤 상원에서 곧바로 이행법안을 가결했다.
한미 FTA 이행법안은 하원에서는 찬성 278표, 반대 151표, 상원에서는 찬성 83표, 반대 15표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됐다.
이에 따라 최종 단계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 절차는 의회에서 법안이 넘어오는 대로 즉각 실행될 예정이며, 서명 즉시 미국 내 한미FTA 비준은 모두 완료된다.
미 의회의 한미 FTA 이행법안 처리는 미국을 국빈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
한미 FTA 이행법안은 지난 3일 의회에 제출된 뒤 회기일수로 따져 6일만에 통과됐다. 이는 미·모로코 FTA와 같은 기록으로 법안 제출 뒤 최단시일 비준동의가 처리된 것이다.
협정 서명 후 비준까지 4년이 넘는 최장 기간이 소요된 FTA가 됐지만, 이행법안이 제출된 뒤에는 초고속으로 비준이 이뤄진 셈이다.
한미 FTA는 이제 한국에서 비준 및 관련법 제·개정이 이뤄지고 나면 발효될 수 있게 되는데, 양국이 FTA 이행을 위한 국내 절차를 완료했다는 확인서한을 교환한 뒤 60일이 경과한 후 발효된다. 그러나 양국이 별도로 발효일을 합의할 수도 있다.
양국은 내년 1월 1일부터 한미 FTA가 발효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등 10개 국책연구기관들은 한미 FTA가 발효될 경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5.66% 늘고 35만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의 입장에서 한미 FTA는 1994년 발효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17년만에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으로, NAFTA 이후 체결한 9개 FTA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큰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의회 연설을 통해 "오늘 처리하는 법안은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현 정부 들어서도 의회 상정에만 거의 3년의 시간을 소비해야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시작"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FTA 이행법안 의회 처리에 앞서 의회에 보낸 정책성명을 통해 "행정부는 한미 FTA 이행법안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이 협정에 따라 예상되는 수출 증가는 7만개 이상의 미국 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또 "이 협정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우리의 경제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국의 핵심 동맹국과의 관계를 강화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상하 양원은 이날 한미 FTA 이행법안과 함께 콜롬비아, 파나마와의 FTA 이행법안도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