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과기대에서 수업이 진행되는 모습. ⓒ평양과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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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이사장 곽선희 김삼환)이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제1회 국제학술토론회를 개최한 평양과기대(PUST)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가 공과를 보도했다.
WP는 9일 평양과기대 교수진에 한국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등 서구 출신이 포함돼 있고, 토론회에서 외국 학자들을 초빙하는 등 북한에서 전례없는 모험이 시도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일부 과학단체는 북한의 열악한 의료 및 식량 사정 개선과 미·북 관계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평양과기대와의 연구협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기독교 기관들은 ‘기독교적 사랑’을 전하려는 열정으로 평양과기대를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 캠퍼스 조성에는 3500만달러가 들었다고 썼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경계론도 빼놓지 않았다. 핵무기와 사이버테러에 대한 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는 북한에 이러한 과학기술을 전수하는 일은 위험할 수 있고, 자본이 투자되면 김정일 독재체제가 더 공고해진다는 것이다.
워싱턴DC 인권운동가 행크 송은 “평양과기대는 북한 엘리트 중의 엘리트에게만 열려있는 대학”이라고 지적했다. 로버트 박은 본지 인터뷰에서 평양과기대에 대해 “평양과기대는 탈북자를 잡아 총살하거나 죽이는 자들에게 보내주겠다고 약속하는 곳이며, 그곳 학생들 모두 김정일에 의해 선택받은 사람들”이라고 밝힌 바 있다.
WP는 연변과기대 설립자였던 김진경 총장이 평양과기대를 세운 과정도 소개했다. 1998년 대기근을 겪던 북한에 들어간 김 총장은 간첩 혐의로 체포됐지만 극적으로 석방된다. 2년 후 북한 관리들이 연변과기대로 찾아가 평양에도 비슷한 학교를 설립해달라고 요청했고, 그는 10년간 한국 교회와 한인 교회들을 다니며 3500만달러를 모금해 학교를 세웠다. 노무현 정부도 2006년 1백만달러를 지원했다.
그러나 북한은 여러 차례 학교에 간섭했다. ‘너무 서구적’이라는 이유로 ‘관리 및 경영(management and business administration)’이라는 학과명은 ‘국제 금융 및 관리(international finance and management)’로, ‘생명공학(biotechnology)’은 생화학무기 관련 의혹을 피하기 위해 ‘농생과학(agriculture and life sciences)’으로 각각 바뀌었다.
모든 교실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가 설치됐고, 학생들은 북한 주체사상 수업에 당연히 참여해야 했다. WP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한국에서는 평양과기대의 ‘김일성 영생탑’과 주체사상 연구센터 등이 논란을 야기했다. 교수들 월급도 대부분 여러 교회들에서 지급되고 있다. 교수를 제외하면 학교에 여성이라고는 경비병력 뿐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 국제학술토론회 소식을 보도했다. 평양과기대는 지난 3-8일 국제과학기술학술회의를 열고 과학기술을 통한 평화증진 방안을 논의했다고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측이 밝혔다.
발표를 맡은 영국 데이빗 앨튼(David Alton) 상원의원은 평양과기대에서 “윤리의식 없는 과학기술은 인류 평화와 발전을 해칠 수 있다”며 “핵 과학은 환경 오염을 쉽게 줄이는 핵에너지 개발에 이용될 수도 있지만, 원전 폭발사고나 핵무기 개발로 인류에 큰 손실을 가져올 수도 있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앨튼 의원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을 학살했던 히틀러의 심복 멩겔레의 잘못된 윤리의식을 예로 들었다. 그는 “멩겔레는 아우슈비츠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된 어린이의 눈에 화학물질을 넣거나 필요없이 팔다리를 자르는 등 수감자들을 생체실험 도구로 삼았다”며 “이처럼 과학자 개개인이 새로운 과학기술에 대한 연구가 도덕적으로 타당한지 먼저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경 총장은 “북한 모든 대학이 휴교령이 내려지고 학생들은 건설현장에 동원됐지만, 평양과기대는 국제대학인 덕분에 학생들이 연구실에 있다”며 “이런 사실이 평양과기대에 대한 우려 불식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