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긴다더니, 스티브 잡스는 죽어 애플을 남겼다. 그가 자신이 창립한 애플에서 단칼에 축출된 후, 화려하게 복귀해 아이팟, 아이패드, 아이폰을 연달아 만들어 내면서 애플을 부활시켰을 때 그는 이미 애플 자체였다. 많은 사람들이 잡스를 애플과 동일시 하며 잡스의 말 한마디에 감동해 지갑을 열었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하루 전 발표된 아이폰4S에 대해 실망을 감추지 못한 사람들은 "이 일을 저지른" 팀 쿡에 대한 혹평을 통해 잡스를 향한 "그리움"을 해소하는 듯 했다. 그러나 잡스가 죽자 곧 아이폰4S는 잡스의 유작으로 대우받으며 아이폰 for Steve로 해석되고 있다.
평소 애플의 신제품은 물론 자신에 대한 모든 정보를 비밀주의로 일관하던 잡스. 그의 정확한 사망 원인이나 사망 장소, 장례일정, 장지 등은 어느 것 하나 공개되지 않았다. 대신 전세계의 애플 스토어가 그를 추모하는 추모장으로 변신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애플 스토어를 찾은 한 추모객은 "잡스를 추모하기 위해 어디를 가야 할지 몰라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추모객은 "잡스를 기억하기에 이보다 좋은 장소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가 방문한 애플 스토어에 시민들이 마련한 영정에는 꽃다발과 함께 한 입 베어 먹은 사과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었다. 평소 혁신을 주창하던 잡스이니만큼 추모 장소 역시도 전세계의 애플 스토어로 삼았다는 평가도 나올 법 하다.
온라인 상에서 역시 전세계 IT 업계의 거물들이 추모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고 오바마 대통령도 그의 사망에 앞서 "나는 뉴스를 아이패드로 보고 있다"할 정도로 관심을 드러낸만큼 "이 시대를 이끌던 비저너리가 떠났다"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