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백악관이 3일(현지시간) 한미 FTA 이행법안을 제출함으로써 의회는 비준을 위한 `형식적인'인 절차만 남겨둔 상황이다.

   의회 일정의 물리적 시간때문에 하루 이틀의 유동성은 있을 수 있지만 내주까지는 상·하원 양원을 모두 통과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협정서명후 비준까지 최장기간 소요 = 한미 FTA가 공식서명된 2007년 6월30일로부터 무려 4년3개월여가 지났고, 양국 모두 행정부가 바뀌는 등 정치적 우여곡절을 거쳤다.

   미국이 외국과 체결한 역대 FTA중 협정 체결부터 이행법안 제출, 비준에 이르기까지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은 미·페루 FTA다.

   2006년 4월12일 서명된 미·페루 FTA는 2007년 12월4일 의회 비준이 완료돼 1년8개월이 소요됐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 미·바레인 FTA 등 협정체결 이후 법안제출때까지 비교적 시일이 오래 걸린 FTA들도 1년 남짓만에 비준이 이뤄졌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한미FTA가 비준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큰 진통이 있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 초기 비준에 소극적 = 한미 FTA는 미국으로서도 1993년 체결했던 NAFTA 이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이었기 때문에 협정 체결직후부터 국내적으로 논란이 많았다.

   공화당인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한미 FTA를 타결한 후 민주당 주요 인사들은 자동차와 쇠고기 개방 문제 등을 이유로 비준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당시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이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한미 FTA는 미국 자동차 업체들을 위한 공정한 경쟁의 장(a level playing field)을 창출하지 못한다"는 입장이었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역시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오바마 대통령도 후보 시절 기회 있을 때마다 자동차 분야에서 양국간 심각한 무역역조 현상을 지적하면서 한미FTA 내용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결국 부시 행정부때의 한미 FTA 비준은 좌절됐고, 공은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로 넘어왔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초 무역정책에 적극적인 의욕을 보이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6월 이명박 대통령과의 워싱턴 정상회담에서도 한미 FTA 비준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의 우려사항으로 자동차 문제 해결을 이슈로 부각시켰고, 한미 FTA 진전을 위한 행동에는 나서지 않았다.

   ◇일자리 창출 우선순위 부상으로 FTA 태도변화 = 분기점이 마련된 것은 그로부터 1년후인 2010년 6월 캐나다 토론토 한미정상회담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때 그해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방한때까지 한미 FTA 쟁점을 해소하고 2011년초 이행법안을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구체적 일정을 제시하며 한미 FTA 비준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미국내 정치, 경제적 환경이 오바마 대통령을 움직이게 하는 환경을 만들었다.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높은 실업률은 오바마 대통령의 2012년 재선을 향한 최대 장애물로 인식됐고, 한미 FTA를 미국내 일자리 창출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전략이 백악관내에 확산됐다.

   수출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긴요하며 수출증대에는 한미FTA 만큼 약발을 발휘할 소재를 찾기 어렵다는 점을 오바마 자신도 절감했다.

   특히 한미동맹을 안보·경제동맹으로 격상시키고, 아시아내 영향력을 확산시켜가는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적 측면도 한미 FTA 비준 인식을 추동시킨 요소였다.

   자동차 문제 해결은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세력인 미국내 자동차 노조를 한미 FTA 지지 대열에 세우기 위한 디딤돌로 오바마 행정부는 판단했다.

   결국 서울 G20 정상회의때 최종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진통을 겪었지만, 그해 12월 후속 논의를 거쳐 추가 협상을 타결지었다.

   ◇막판까지 정치적 외생변수들 `발목' = 그렇지만 추가 협상 타결후에도 미국의 한미 FTA 비준의 발목을 잡는 돌출변수들은 도처에서 부상했다.

   민주당내 일부 의원은 쇠고기 문제에서 만족할 수 없다고 반발했고, 공화당은 파나마, 콜롬비아와의 FTA 이행법안을 함께 제출하지 않으면 한미 FTA 단독 비준은 안된다고 주장하면서 정치적 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또 백악관은 실직자 훈련 프로그램인 무역조정지원(TAA) 연장안 처리에 공화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FTA 이행법안을 제출할 수 없다고 `연계 방침'을 내세워 다시 비준 일정이 표류했다. 미 정치권이 온통 국채상한 증액협상에 매달리는 바람에 여름 휴회전 비준도 무산됐다.

   한미 FTA 자체의 내용보다 미국내의 정치적 외생변수들로 인해 처리가 지연을 거듭해왔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백악관과 공화당은 가능한 의회 입법기술을 총동원해 타협을 이뤄냈고, 마침내 의회의 한미 FTA 비준이라는 종착지를 목전에 두게 됐다.

   오는 13일 이명박 대통령의 국빈방미라는 한미관계의 중요한 이벤트도 비준 일정을 앞당기는 요소로 작용했다.

   이번 타이밍을 놓쳤다면 내년 선거의 해가 임박해지면서 한미 FTA 비준은 무한정 표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오바마 #FTA #비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