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이 2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지만 여야가 모두 반대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개진하고 있어 국회 처리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27일 보건복지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여야를 불문하고 의약품 약국 외 판매의 부작용을 강조하는 의원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최영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일반약을 슈퍼마켓에서 판매할 경우 해당 품목은 보험급여가 중단돼 소비자들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복지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해열진통제, 감기약, 소화제, 파스 등 일반의약품의 건강보험급여 청구액은 2008년 1천140억원, 2009년 1천90억원, 2010년 1천47억원으로 연간 1천억원 수준이다.
최 의원은 "약국에서 판매하던 의약품이 약국외판매 의약품으로 전환되면 보험급여가 중단된다"며 "지난 7월 의약외품으로 전환된 48개 품목은 이미 보험급여가 중지됐으며 부담은 일반 국민이 부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주승용 민주당 의원은 슈퍼마켓 등에서 판매한 의약품이 부작용을 일으킬 경우 환자에게 책임 부담이 전가된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주 의원은 "지금까지 부작용이 발생하면 의사나 제약사, 약사 등이 책임을 졌지만 편의점 판매 의약품의 경우 환자 본인의 책임이라는 것이 복지부 입장"이라며 "편의점 직원이 까다로운 약사법을 준수할 수 있는지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원희목 한나라당 의원은 복지부가 약사법 개정안을 준비하기 위해 전문가 간담회를 두 차례 열었지만 안전성 문제를 무시했다며 의약품 약국 외 판매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사 출신인 원 의원은 대한약사회 회장을 지낸 뒤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원 의원은 "이번 간담회에서는 식약청의 의약품 부작용 통계, 미국의 선례, 타이레놀의 오남용 사례, 10대의 약물중독 현황 등에 대한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복지부가 소비자 불편 해소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부작용 보고가 많은 상위 10개 일반의약품에는 진통제, 감기약 등이 다수 포함됐으며 10대 약물중독도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의약품은 안전성을 중심에 놓고 편의성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도 26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의약품 약국 외 판매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홍 대표는 "타이레놀은 아세트아미노펜의 독성 때문에 약사 관리 없이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기침약 주성분인 슈도에페드린도 필로폰 성분이고 진해거담제 르미라도 다량 복용 시 환각효과가 있다"며 약사법 개정안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여야 의원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약을 편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국민의 요구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다"며 "부작용은 모든 약에서 발생할 수 있고 약에도 반드시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임 장관은 이어 "지금 거론되고 있는 의약품은 모두 예시들이며 식약청 등 관계 기관의 의견을 들어 안전한 약을 선별해가겠다"고 덧붙였다.
조재국 중앙약사심의위원회 분과위원장도 "슈퍼마켓에서 의약품을 판매하더라도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연령 제한도 둘 예정"이라며 "약국에서 판매하던 약을 슈퍼마켓에서 판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여야 의원들의 날 선 비판에도 불구 상당수 소비자는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및 10개 회원단체가 2009년 5월부터 7개월간 20대 이상 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 대상의 67%가 일반의약품의 판매 확대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의 55.6%가 '일반의약품 구매 시 가장 큰 불만사항'으로 '야간이나 공휴일에 구입이 곤란한 점'을 들었다. '제품 표시사항 불만족'(19.8%), '비싼 가격'(12.9%) 등이 뒤를 이었으며 '복약지도가 부족하다'는 답변도 11.8%를 차지했다.
정치권과 정부 간 설전을 지켜본 한 누리꾼(아이디 '배까××')은 "조제약 외 일반 종합감기약이 보험급여가 됩니까"라고 반문하며 "사용법과 부작용에 대해서는 사용자도 잘 알고 있고 제약회사에서도 용법을 잘 설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누리꾼 '김구×××'은 "(약국 외 판매를 반대하려면) 약국도 24시간 영업을 해야 한다"고 응수했고 누리꾼 'em×××'은 "우리가 먹고 마시는 모든 것이 독이 될 수 있다"며 의원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반면 누리꾼 'vo×××'은 "(약국 외 판매는) 정부의 포퓰리즘"이라며 "약물 오남용이 불 보듯 뻔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요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