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신화

김연아(24)가 '피겨 여왕'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올림픽 2연패를 향한 힘찬 출발을 알렸다.

김연아는 20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74.92점을 획득했다.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선보인 김연아는 30명 중 1위로 쇼트프로그램을 마쳤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기대했던 순위를 확보하면서 연속 우승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김연아는 4년 전에도 쇼트프로그램 1위의 기세를 몰아 프리스케이팅까지 접수하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선 바 있다.

2년에 가까운 공백기를 딛고 밴쿠버올림픽 영광 재연을 위해 재차 스케이트를 신은 김연아는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마음껏 뽐냈다.

기술점수(TES) 39.03점을 받은 김연아는 예술점수(PCS) 35.89점을 얻어 고득점을 완성했다.

74.92점은 지난해 12월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에서 우승할 당시 73.37점보다 높은 기록이자 본인의 시즌 최고점수이자 세계기록이다.

하지만 연기에 비해 심판들의 판정은 다소 박했다. 뒷조에 배치된 선수들이 김연아보다 못한 연기에도 불구하고 고득점을 챙긴 것을 감안하면 더욱 씁쓸하게 다가왔다.

노란색 드레스로 단장한 김연아는 천천히 링크를 돌며 분위기를 익힌 뒤 가빠진 숨을 고르면서 음악이 나오길 기다렸다. 다소 굳어졌던 표정은 배경음악 '어릿광대를 보내주오(Send in the Clowns)'의 선율이 흐르자 언제 그랬냐는 듯 단번에 풀어졌다.

힘차게 빙판을 누비기 시작한 김연아는 기본점수만 10.10점에 이르는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보기 좋게 성공하며 가산점(GOE) 1.50점을 챙겼다. 점프의 높이와 비거리를 감안하면 GOE은 조금 낮았다.

최대 관건이었던 첫 점프를 무사히 마친 김연아는 트리플 플립 점프 역시 깔끔하게 뛰었다. 심판진은 트리플 플립에 1.10점의 GOE를 부여했다. 이어진 플라잉 카멜 스핀에서 김연아는 레벨 4(포)에 0.93점의 GOE로 무결점 연기를 이어갔다.

다음 과제는 10%의 가산점이 붙는 더블 악셀 점프. 앞서 두 차례 점프에서 자신감을 얻은 김연아에게 더블 악셀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김연아는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더블 악셀에 걸린 3.63점의 기본 점수와 1.07점의 GOE를 가져왔다.

레벨 4를 노렸던 레이백 스핀을 레벨 3(스리)로 통과한 김연아는 스텝 시퀀스 역시 레벨 3로 처리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레이백 스핀과 스텝 시퀀스의 GOE는 각각 0.79점과 1.14점으로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김연아는 마지막 관문인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에서 레벨 4를 이끌어내며 기분 좋게 연기를 마쳤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앞두고 있는 김연아는 생애 마지막 쇼트 프로그램이 끝나자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태극기를 들고 응원에 나선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는 여유 또한 잃지 않았다.

김연아가 예상대로 1위를 확보한 사이 그동안 거론되지 않았던 깜짝 인물들이 경쟁자로 급부상했다.

홈 관중의 일방적인 성원을 등에 업은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7·러시아)는 74.64점을 획득해 2위로 올라섰다. 김연아와는 불과 0.28점 차이다.

처음 올림픽 무대를 밟은 소트니코바는 김연아를 턱밑까지 추격하며 프리스케이팅에서의 접전을 예고했다.

이탈리아의 베테랑 카롤리나 코스트너(27)는 74.12점으로 3위를 차지했다. 코스트너는 흠 잡을 곳 없는 연기와 뒷조의 이점을 누려 기대보다 높은 점수를 이끌어냈다.

2006년 토리노 대회(9위)와 밴쿠버 대회(16위)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코스트너는 첫 메달 획득의 가능성을 밝혔다.

반면 아사다 마오(24·일본)는 주무기이자 약점이기도 한 트리플 악셀 점프에 발목을 잡혔다.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을 시도하던 중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55.51점을 얻는데 그쳤다. 16위 기록이다.

아사다는 전광판을 통해 점수가 공개되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숨죽이며 그의 몸짓을 지켜보던 관중 역시 탄식을 내뱉었다. 아사다는 김연아에게 20점 가까이 뒤지면서 사실상 메달권에서 멀어졌다.

다크호스로 분류됐던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러시아) 또한 65.23점으로 부진, 5위에 머물렀다. 리프니츠카야는 트리플 플립 도중 앞으로 고꾸라지면서 감점을 피하지 못했다.

한편 김연아에 앞서 출전한 김해진(17·수리고)은 54.37점으로 18위에 랭크됐다. 박소연(17·신목고)은 49.15점으로 23위에 이름을 올렸다. 두 선수는 24위 이내에 속하면서 프리스케이팅에서도 기량을 선보일 기회를 잡았다.

메달의 주인공이 결정될 프리스케이팅은 20일 자정 시작된다.

한편 알파인스키 대회전에 출전한 정동현(26·경기도체육회)은 1,2차 레이스 합계 2분55초26을 기록했다. 정동현은 전체 109명의 선수 중 41위를 차지하며 한국 알파인스키의 체면을 세웠다.

1차 레이스에서 1분26초72로 44위에 그친 정동현은 2차 레이스에서 1분28초54로 주춤했지만 오히려 순위가 상승했다.

정동현은 중위권에 이름을 올리면서 4년 전 밴쿠버대회에서 실격당한 아쉬움을 날려버렸다.

경성현(24·하이원스포츠단)은 3분15초20으로 66위에 올랐고 박제윤(20·단국대)은 1차 레이스를 마치지 못했다.

테드 리게티(미국)가 2분45초29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상 첫 올림픽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 출전한 김상겸(25·국군체육부대)은 아쉽게 결선행에 실패했다.

김상겸은 1·2차 시기 합계 1분40초27을 기록, 17위로 예선 탈락했다.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예선은 32명의 참가선수 중 1·2차 시기 합계 상위 16명에게 결선 진출 티켓을 부여한다.

1차 시기에서 50초79로 전체 선수 중 24위에 머물렀던 김상겸은 2차 시기에서는 첫 시도보다 무려 1초 이상 단축한 49초48을 기록했다. 2차 시기로만 따지만 전체 12위였다.

하지만 김상겸은 1·2차 합계 1분40초27로 17위에 랭크, 결선 진출에 한 계단이 부족했다. 16위 선수에게 0.51초 뒤졌다.

신봉식(22·고려대)은 26위(합계1분43초43)로 역시 결선 진출이 무산됐다.

금메달은 개최국 러시아의 빅 와일드(28)가 수확했고 은메달과 동메달은 네빈 갈마리니(28·스위스)와 잔 코시르(30·슬로베니아)가 각각 차지했다.

파일럿 김선옥(34·서울연맹)과 브레이크맨 신미화(20·삼육대)로 구성된 여자 봅슬레이팀은 2인승 마지막 4차 레이스에서 1분00초26을 기록, 최종순위 18위(4분00초81)에 올랐다.

짧은 경력에 비해 실력이 급성장한 한국은 첫 올림픽에서 브라질을 최하위(19위)로 밀어내 4년 뒤 평창에서의 가능성을 엿보였다.

금메달은 최종합계 3분50초61을 기록한 캐나다 A팀에 돌아갔다. 은메달과 동메달은 각각 미국 A팀과 B팀이 가져갔다.

2위를 기록한 미국 A팀의 브레이크맨 로린 윌리엄스는 2012런던올림픽 육상 400m 계주 금메달리스트라는 독특한 이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추가 메달을 얻지 못한 한국은 금 2·은 1·동 1개로 중간 순위 16위에 그쳤다. 노르웨이는 금 9·은 4·동 7개의 순도 높은 메달 사냥으로 1위 자리를 꿰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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