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영민 목사   ©오렌지카운티제일장로교회

어제는 바쁜 날이었다. 새벽기도에 이어 수요여성예배 설교를 했고, 저녁에는 교회연합회에서 주관하는 영적대각성 집회가 있었다. 수요일 쯤이면 보통 주일 예배 설교의 윤곽도 잡혀야 되는 날이다. 그래서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점심은 햄버거로 때우고 평소 하던 걷는 운동도 쉬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은 길지 않았다. 수요여성에배를 통해 드리는 찬양과 기도 전하는 말씀에 기쁨이 넘치고 주일 말씀을 준비하는 데 말씀 속에 발견한 은혜로 가슴이 뛰었다.

저녁 시간에 있었던 영적 대각성 집회에는 내가 사회를 보고 우리 교회 찬양대가 찬양을 드려 연합집회였지만 남의 교회 예배 같지 않았다. 특별히 강사인 장경동 목사님의 말씀은 역시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말씀이 어찌나 재미있든지 두 시간 설교를 했다는데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시간이 빨리갔다. 참 대단하신 설교가였다. 집회가 끝나고 강사 목사님과 집회를 위해 수고한 목사님들과 간단한 교제를 나누었다. 집에 돌아오니 열 한시가 가까웠지만 피곤하지 않았다. 수고가 있었지만 은혜와 보람이 그보다 훨씬 더 많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좀 길게 느껴지는 날이다. 새벽 기도를 마치고 몽고로 떠나는 선교사님과 아침 식사를 나눈 것까지는 참 좋았다. 젊은 종들이 이렇게 아름답게 헌신하는 모습을 보니 큰 도전이 되었다. 그런데 아침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니 다소 복잡하고 까다로운 총회 일로 여기저기서 전화가 쇄도하기 시작하더니 오후 쯤에는 몇몇 목사님들이 몸소 찾아오셨다. 하나님을 두려워 할 줄 모르는 어떤 사람들로 인해 선한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 소식이었다. 어쩌면 좋을까하여 몇 시간을 서로 끙끙 앓으며 대화를 나누었지만 머리만 아플 뿐 속 시원한 해답은 없었다. 착하게 살려고 해도 힘든데 도대체 어쩌자고 어떤 사람들은 하나님을 두려워 할 줄 모르고 이런 악한 일들을 행하는 것일까? 어떻게 소식을 알았는지 이곳저곳에서 연락이 오는데 대화를 나누면서도 가슴이 답답하다.

한 나절을 끙끙 앓고 났더니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큰일이다. 다행히 주일 설교 말씀을 어제 대략 마무리지어 놓은 것이 그나마 위로이다. 이런 마음으로는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마음이 무거워 있는데 찬양대원들이 맛있는 저녁 식사가 준비되었다며 부르러 오셨다. 그 얼굴이 마치 천사같다. 악보까지 준비해 오셔서 설날노래를 부르시자는 집사님의 천진함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고 깔끔하게 준비된 저녁식사에는 정성과 사랑이 넘친다. 음식을 먹으면서 위로를 느낀다. 그러면서 서서히 어둠의 터널을 벗어난다. 하마터면 긴 밤을 보낼 뻔 했다. 목회의 일상은 이렇게 긴 날과 짧은 날이 예측할 수 없도록 교차한다. 그래서 기도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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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영민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