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란 생각을 했어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일반인이 아닌 '가수 허각'의 진면목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신인 가수' 허각(26)은 이렇게 말하며 얼굴을 붉혔다.
지난해 가을 방송된 엠넷(Mnet)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 시즌2에서 우승하며 대한민국의 '희망 아이콘'이 된 그다.
디지털 싱글 '언제나', 드라마 '최고의 사랑' OST 수록곡 '나를 잊지 말아요'로 내공을 쌓아온 그가 드디어 첫 번째 미니 앨범을 들고 팬들 곁을 찾아왔다.
앨범 제목은 '퍼스트 스토리(First Story)'.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난 '신인 가수 허각'의 고민이 오롯이 담겨있는 음반이다.
최근 을지로에서 만난 허각은 "팬들의 기대에 못 미치면 어쩌나 싶어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고 운을 뗐다.
"첫 앨범이 나온다는 생각에 무척 설레었지만 압박감도 만만치 않았어요. '언제나'와 '나를 잊지 말아요'가 생각보다 잘 돼서 부담감이 컸죠. 기대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앨범 들어보고 실망하시면 어쩌나 싶어 지레 겁부터 먹고 덜덜 떨었어요.(웃음)"
'퍼스트 스토리'에는 작곡가 최규성·라도가 협업한 타이틀곡 '헬로(Hello)'를 비롯, '니가 그립다' '평생의 전부' '옷깃을 붙잡고' 등 총 네 곡의 이별 노래가 실려있다. 네 곡의 노래를 모으면 하나의 이별 이야기가 완성된다.
"의도한 건 아닌데 곡을 모아보니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되더군요. '헬로'는 이별이야기, 이별 후에도 연인을 못 잊는 남자의 이야기고 '니가 그립다'는 (연인이) 너무 그리워서, 미련이 남아서 혼잣말을 하듯 그 마음을 표현하는 노래에요. '평생의 전부'는 '평생에 딱 한번 만날(사랑할) 사람은 너밖에 없다. 날 좀 믿어달라'며 울분(?)을 토하는 노래고 듀엣곡인 '옷깃을 붙잡고'는 '날 떠나지 말라'며 다시 한번 붙잡는 노래죠. 하나같이 가슴 아픈 노래들이에요."
허각은 "원래 애절한 노래를 좋아하는데, 이별 노래에도 '단계'가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며 웃은 뒤 "이야기의 흐름을 생각하며 노래하니 감정이 더 잘 살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앨범 작업을 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노래 하나는 정말 잘한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목표인데, 저는 계속 '노래 잘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제가 가수 생활을 오래하면 제 목소리에 조금 질리실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허각이 노래 하나는 정말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게 제 욕심입니다. 음반을 들으신 분들이 단순히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여서가 아닌, 노래를 정말 하고 싶어서, 또 잘해서 음반을 낸 사람이라고 느끼신다면 소원이 없겠어요."
'슈퍼스타 K2' 우승 후 1년이 흘러가는 동안 본인이 음악적으로 성장했다고 느끼는지 묻자 "아직 그러기엔 이르다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잘 모르겠어요. 일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이만큼 왔구나, 이만큼 성장했구나 하고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건 아닌데 그보다는 그냥 난 이제 노래하고 있구나,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아직 성장을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고, 그냥 노래를 진짜 하고 싶어했던 청년이 가수라는 직업을 갖게 돼 즐기고 있구나, 이렇게 봐 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에서는 그저 '즐기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걸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일단은 제가 잘하는 것(발라드)을 좀 더 잘하는 게 목표지만 다른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작사·작곡·프로듀싱도 배워보고 싶고요. 하나씩 배워가면서 더 좋은 가수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그는 더욱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체중 관리도 시작했다고 했다.
"전에는 노래 부르는 사람이 노래만 잘 부르면 되는 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더라고요. 제 실수였죠. 회사에 들어오고 나니 많은 분들이 조언을 해 주셨어요. 노래뿐 아니라 남들에게 보이는 모습도 중요하다고. 그 얘길 듣고 거울 속 제 모습을 봤는데 아차 싶더라고요. 건강에도 좀 문제가 있었고요. 그래서 트레이너인 친구에게 부탁해 숙소에서 함께 지내며 체중 관리를 시작했어요."
허각은 "트레이너와 함께 생활하니 시간 날 때 자전거라도 한번 더 타게 되더라"면서 "운동을 하면서 몸이 가벼워진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앨범을 기다린 팬들에게 "기다려주신 만큼 더 열심히 노래하겠다"고 약속했다.
"'언제나' 이후로 근 10개월이 지났네요.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기다려주신 만큼 더 잘 부르고 더 열심히 부르는 가수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팬 여러분께 늘 친숙한, '노래 잘 부르는' 가수로 남고 싶어요. 많이 응원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