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68)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애제자' 박지성(33·PSV에인트호벤)의 대표팀 복귀 문제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히딩크 감독은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유상철·최진철·이영표·송종국·이을용·김태영·윤정환 그리고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과 만나 오찬을 가졌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박지성의 대표팀 복귀 여부를 두고 스승 히딩크 감독의 생각을 묻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히딩크 감독은 원론적인 답변으로 상황을 일축했다.
그는 "우선 나는 박지성의 대표팀 복귀에 대해 가타부타할 입장이 못 된다"며 "박지성의 대표팀 복귀 여부는 선수 본인이 결정할 문제다. 홍명보 감독과 박지성이 이 문제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고 최선의 선택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명장' 히딩크 감독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의 선전을 기원하며 값진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히딩크 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조편성에 대해 '무난한 조'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데 이는 큰 오산"이라며 "러시아·벨기에·알제리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특히 알제리는 굉장히 까다로운 팀이다.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브라질 현지 사정도 성적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히딩크 감독은 "브라질의 환경은 각 지역마다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선수들에게 낯선 환경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장점·누군가에게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며 "대체적으로 습한 브라질의 환경에 한국 선수들이 잘 적응해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한국의 강점과 단점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한국은 이미 뛰어난 조직력을 지니고 있다. 특별한 조언이 필 요없을 정도로 홍 감독이 팀을 잘 이끌고 있다"며 "단 월드컵은 축구 선수들에게 몇 번 찾아오지 않는 특별한 기회인만큼 선수들이 너무 긴장하지 말고 자신감 있게 공격적인 축구를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에게 한국의 조별리그 1차전 상대인 러시아에 대해 많이 묻는데 홍 감독도 나만큼 러시아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잘 알다시피 안지 마하치칼라 시절 홍 감독은 나와 6개월 가량 러시아에 함께 있었다. 그는 국제 축구에 대해 뛰어난 감각을 지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 명예회장의 주선으로 한 자리에 모인 2002월드컵 멤버들은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약속 시간보다 일찍 모임 장소에 도착한 인원들은 이야기 꽃을 피우며 즐겁게 담소를 나눴다. "요즘 살이 많이 찐다"·"축구 대신 배드민턴을 시작했다"·"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이냐" 등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주요 화제였다.
최근 무릎 수술을 받은 히딩크 감독은 가장 늦게 호텔에 도착했다. 휠체어에 몸을 맡긴 채 모습을 드러낸 히딩크 감독은 옛 제자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11명은 '히딩크 감독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며'를 건배사로 외치며 오찬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