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핵심 간부가 조계사에 은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들이 조계사를 은신처로 택한데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계사는 명동성당과 함께 파업이나 시위를 주도하다 경찰에 쫓기던 이들이 몸을 숨겨왔던 대표적인 종교시설로 철도노조는 경찰의 공권력이 미치기 어렵다는 점을 염두해 둔 것으로 보인다.
전국철도노동조합 파업이 17일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4일 노조 핵심 간부 중 한명인 박태만 수석부위원장이 다른 조합원들과 함께 조계사로 몸을 피했다.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박 부위원장은 1계급 특진이 걸릴 정도로 경찰이 체포를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인물이다.
경찰은 박 수석부위원장이 조계사에 피신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 병력 300여명을 조계사 주변에 집중 배치해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이들에 대한 체포조도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이 신성불가침 영역으로 인식되는 조계사에 은신한 박 수석부위원장을 체포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점에서 과거 파업이나 시위를 주도하다 경찰에 쫓겨 조계사로 몸을 숨긴 사례가 있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를 주도했던 한국진보연대 간부도 경찰의 추적을 피해 조계사에 들어와 일주일간 머물렀다.
또 같은 해 10월에는 '쇠고기 총파업'을 불법 주도한 혐의로 경찰에 쫓기던 이석행 당시 민주노총 위원장도 조계사로 피신하기도 했다.
경찰에 쫓기던 이들이 조계사를 주요 도피처로 삼은 데는 종교시설에 대해 경찰이 공권력 행사를 꺼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조계사 측은 "힘없는 노동자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뜻을 밝히며 박 수석부위원장 등이 본인들이 희망하면 계속 조계사에 머물 수 있도록 배려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경찰도 당장 조계사에 공권력을 투입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22일 철도노조 지도부가 머물렀던 민주노총 본부에 대한 강제진입 작전이 실패하면서 여론에 악영향을 끼친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철도파업이 계속되고 박 부위원장 등이 조계사에 계속 머물며 파업을 주도할 경우 공권력 투입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995년 6월 한국통신 민영화와 통신시장 개방에 반대하며 파업을 주도한 한국통신노조 지도부가 조계사와 명동성당에서 파업을 계속 이어나가자 경찰은 병력을 전격 투입해 이들을 전원 연행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철도노조 지도부가 경찰 추적을 피해 파업을 지휘하기 위해 종교시설을 악용하려 한다"며 "이들이 조계사에 머물지 못하도록 조계사 측에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