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변호인'(감독 양우석)의 개봉을 앞둔 배우 송강호(46)는 끊임 없이 '진심'을 말했다. 제작보고회, 시사회, 그리고 인터뷰 때도 마찬가지다. 새삼 그 말의 사전적 의미가 궁금해졌다. '거짓이 없는 참된 마음.' 송강호의 예전 인터뷰들을 뒤졌다. 진심이라는 단어는 어디에도 없었다. 18년 동안 한 적 없는 말을 그는 왜 이제와서 하고 있는가.
'변호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티브 삼았다. 우리 사회에서 노무현의 그림자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개봉하지도 않은 영화를 두고 대중의 설전이 오간 것은 그 때문이다. 송강호는 비난의 중심에 섰다. 그가 노무현을 연기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송강호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는 유쾌하고 자신감에 차있었다. 18년 동안 영화를 찍었고 10년이라는 세월을 정점에 서서 견뎌온 송강호다. 그를 너무 쉽게 오해했다. 그가 어떤 것에 '거짓 없는 참된 마음'을 가지고 이 영화를 찍었는 지에 대해 들었을 때 그 자신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송강호는 "내가 말한 진심이라는 것은 노무현을 그리워하는 개인 송강호의 마음이 아니다"고 딱 잘라 말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연기하는 '우석'의 감정"이라며 "속물 변호사 우석이 인권 변호사로 변모하는 과정이라든지 우석의 일상생활 같은 것 그리고 우석이 다섯 번의 공판에 어떤 마음으로 임하는지를 제대로 표현해내는 것, 그것이 내가 말한 진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우는 오직 연기만을 생각한다. 연기를 잘 해내내는 것이 배우의 지상 최대 과제"라며 "내가 그 인물을 얼마나 거짓 없이 표현해낼 수 있는가가 중요했다. 난 노무현을 연기한 게 아니고 송우석을 연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속물 세무변호사 '송우석'(송강호)이 자신의 단골 국밥집 아들 '진우'(임사완)가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면서 인권 변호사로 변모하는 과정을 다룬 영화다. 우석이 맡게 되는 사건이 노무현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수임한 '부림사건'과 유사해 '노무현 헌정 영화'라는 말이 많았다. 또 송강호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오갔다.
송강호는 "아직 관객이 '변호인'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있을 수 있는 오해에 대해서는 "대중은 배우 송강호가 18년 동안 걸어온 길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처음 보는 배우가 '우석'을 연기했다면 그 사람의 정치적 지향점에 대한 오해가 분명히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 그런 배우가 아니잖아요. 송강호라는 배우에 대해 대중은 어느 정도의 신뢰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필모그래피를 보면 제가 걸어온 영화 궤적을 다 알 수 있잖아요. 저는 매번 다른 장르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습니다. '송우석'도 그 연장선 상에 있는 인물이죠. 대중의 그런 신뢰가 없었다면 제가 18년이라는 시간 동안 연기하면서 살 수 없었을 거예요."
'변호인'이 '노무현 헌정 영화'라는 논란에는 "그렇지 않다"며 단호하다. "이 영화는 '그분'을 미화하기 위한 시도라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가져할 상식에 대해 말하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사회가 갖춰야 할 기본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 인생의 한 단면을 가져온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법정 장면에서 '우석'이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라고 하는 대사가 있습니다. 그게 바로 이 영화의 주제라고 보면 됩니다."
물론 부담감도 있었다. "많은 사람이 사랑했고 그리워하는 분을 일개 배우인 내가 연기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말할 때 그의 목소리는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송강호는 "그분의 삶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며 "이 영화에도, 내 연기에도 한계는 있겠지만 '우석'을 연기하는 나의 진심이 전해진다면 관객들도 이해해 줄 것"이라는 마음이다.
'변호인'은 19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