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철 목사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연임을 위해 '한국교회연합(한교연)과의 통합'이라는 무리수(無理數)를 뒀다.
홍 목사는 3일 서울 종로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소강당에서 열린 한기총 제24-03차 실행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한교연과의 통합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서고자 결단을 내리게 됐다"며 차기 대표회장에 출마할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열린 실행위에서 이미 자신의 연임이 가능토록 대표회장 임기에 대한 정관을 개정한 홍 목사는 실행위 인사말을 대신해 출마선언을 하면서 "여러분이 저를 내년 1월에 연임된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신임)해주신다면 저는 대표회장 임기가 시작되는 총회에서 7인위원회를 구성해 전권을 맡겨 한교연과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 목사는 "한교연을 한 단체로 여기지 않고, 한기총에서 떨어져나간 잘못된 사람들로만 봐왔지만 이제 한 단체로 인정하고 한교연을 품에 안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교연 대표회장 후보로 나온 분들이 선거공약으로 (한기총과 합치는 것을) 넣을 것이다"며 한교연과의 통합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한교연 측은 홍 목사의 말에 대해 일고의 가치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교연 관계자는 "박위근 대표회장 취임 때부터 (한기총과의) 통합을 이야기하며 '우리는 어떤 기득권도 요구하지 않겠다' 밝혀왔다"며 언제든지 통합의 가능성은 열려있음을 확인했다. 다시 말해 홍재철 대표회장의 임기가 끝나면 자연스레 통합논의가 진핼 될 수 있는 상황이란 것이다.
하지만 두 기관 통합의 최대 관건은 한기총이 교회연합기구로서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고 그에 합당한 위상을 회복하느냐에 달렸다.
이 관계자는 "많은 분들이 지금 볼 때 '한기총이 갈라질 때보다 교회연합기구로서의 위상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 우려를 나타낸다"며 "교회연합기관이란 것은 여려 교단들이 들어와 있기 때문에 큰 교단이 기득권이 있고 내가 크다고 해서 모든 걸 다 차지하지 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교단들과 돌아가면서 서로 좋은 관계를 갖는 건데, (지금 한기총은) 특정 교단이 임기를 바꿔가면서 2년 또 하고, 이번에 또 연임하겠다고 하는데 이런 기관과 통합논의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홍 대표회장 체제하의 통합 가능성을 일축했다.
홍재철 목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기총의 현안을 타개할 사람은 본인 밖에 없다고 강조하며 내달 정기총회에서 있을 대표회장 선거에서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들을 평가절하하며 자신의 최대 공략으로 한교연과의 통합을 내세웠지만, 오히려 한교연 측은 홍 목사의 말에 진실성을 찾을 수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따라서 홍재철 목사가 연임을 위한 마지막 수로 꺼낸 '한교연과의 통합 카드'가 제대로 먹힐 지는 그 진정성과 함께 한기총이 온전한 연합기구로서의 입지와 기능을 회복하느냐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 하지만 이 카드가 오히려 자충수(自充手)가 될 수 있다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