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씀
1 아브람의 아내 사래는 출산하지 못하였고 그에게 한 여종이 있으니 애굽 사람이요 이름은 하갈이라
2 사래가 아브람에게 이르되 여호와께서 내 출산을 허락하지 아니하셨으니 원하건대 내 여종에게 들어가라 내가 혹 그로 말미암아 자녀를 얻을까 하노라 하매 아브람이 사래의 말을 들으니라
3 아브람의 아내 사래가 그 여종 애굽 사람 하갈을 데려다가 그 남편 아브람에게 첩으로 준 때는 아브람이 가나안 땅에 거주한 지 십 년 후였더라
4 아브람이 하갈과 동침하였더니 하갈이 임신하매 그가 자기의 임신함을 알고 그의 여주인을 멸시한지라
5 사래가 아브람에게 이르되 내가 받는 모욕은 당신이 받아야 옳도다 내가 나의 여종을 당신의 품에 두었거늘 그가 자기의 임신함을 알고 나를 멸시하니 당신과 나 사이에 여호와께서 판단하시기를 원하노라
6 아브람이 사래에게 이르되 당신의 여종은 당신의 수중에 있으니 당신의 눈에 좋을 대로 그에게 행하라 하매 사래가 하갈을 학대하였더니 하갈이 사래 앞에서 도망하였더라
7 여호와의 사자가 광야의 샘물 곁 곧 술 길 샘 곁에서 그를 만나
8 이르되 사래의 여종 하갈아 네가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느냐 그가 이르되 나는 내 여주인 사래를 피하여 도망하나이다
9 여호와의 사자가 그에게 이르되 네 여주인에게로 돌아가서 그 수하에 복종하라
10 여호와의 사자가 또 그에게 이르되 내가 네 씨를 크게 번성하여 그 수가 많아 셀 수 없게 하리라
11 여호와의 사자가 또 그에게 이르되 네가 임신하였은즉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이스마엘이라 하라 이는 여호와께서 네 고통을 들으셨음이니라
12 그가 사람 중에 들나귀 같이 되리니 그의 손이 모든 사람을 치겠고 모든 사람의 손이 그를 칠지며 그가 모든 형제와 대항해서 살리라 하니라
13 하갈이 자기에게 이르신 여호와의 이름을 나를 살피시는 하나님이라 하였으니 이는 내가 어떻게 여기서 나를 살피시는 하나님을 뵈었는고 함이라
14 이러므로 그 샘을 브엘라해로이라 불렀으며 그것은 가데스와 베렛 사이에 있더라
15 하갈이 아브람의 아들을 낳으매 아브람이 하갈이 낳은 그 아들을 이름하여 이스마엘이라 하였더라
16 하갈이 아브람에게 이스마엘을 낳았을 때에 아브람이 팔십육 세였더라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자손과 땅을 약속하셨다. 땅의 약속은 그가 죽은 후 사대 만에 성취될 것이다. 자손에 대한 약속은 그 몸에서 날 자가 그의 후사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약속의 성취는 지체되고 후사를 낳을 아브라함과 사래는 노쇠하고 있다.
이에 사래는 당시 관습법에 따라 여종 하갈을 통해 후사를 낳는 방책을 도모한다(1-3절).아내는 남편이 무자할 때 여종으로 하여금 씨받이 첩이 되게 하고 거기서 낳은 자녀를 자기 자녀로 취한다. 그런데 만일 이 일로 인해 여종이 아내와 동등됨을 취하게 되면 여종은 내어쫓김을 당하거나 지위가 격하된다(함부라비 법전, CH146).
아브람은 관습법에 따른 사래의 말을 그대로 따른다. 둘 다 약속을 받은 자이나 믿음이 아닌 관습대로 행한다. 신앙과 무관한 관습대로 행하였으나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사래의 예상대로 하갈이 임신을 하였다. 그런데 그 일로 여주인 사래를 멸시하였다(4절). 그러나 사래는 당시의 관습대로 하갈의 지위를 박탈한다.
"당신과 나 사이에 여호와께서 판단하시기를 원하노라"(5절) 사래의 말은 하갈을 내어 쫓음으로써 여주인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회복시켜달라는 청구이다. 아브람은 사래의 말을 따라 자기 자식을 잉태한 하갈을 내어 쫓는다(6절),
아브람은 말씀을 듣기보다 관습법을 따른 사래의 말을 듣고 행동한다. 약속하신 하나님이 10여년씩이나 침묵하시자 더 이상 견디지 못해서였을까! 한 때 말씀만을 따라 본토 친척 아버지의 집까지 떠났던 아브람의 신앙은 이제 희석되고 말았다. 결국 약속받은 자가 인간적 방식으로 약속을 이루려한 불신앙은 쓰디쓴 열매를 낳는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어지는 하나님의 역사이다. 약속을 받은 아브람과 사래에게는 침묵하신 하나님이 이방여인이자 여종인 하갈에게 나타나신다.
사래가 학대하자 하갈은 그 앞에서 도망하여 애굽 국경인 '술'로 탈출을 단행한다(7절). 그 때 하나님의 사자가 그녀에게 나타나 여주인 사래에게 돌아갈 것을 명한다(9절). 그리고 그녀의 씨를 크게 번성하게 할 것을 말씀하신다(10절).
이어서 그녀가 낳을 아이의 이름과 그의 운명을 정하시고 그녀를 위로하신다. 임신한 하갈은 아들을 낳을 것인데 그 이름을 이스마엘(히, 하나님이 들으신다)이다. 이는 여호와(히, 야훼)께서 그녀의 고통을 들으셨기 때문이다(11절).
하갈은 자기에게 말씀하신 야훼 이름을 '나를 살피시는 하나님'(엘 로이)로 부른다. 그 하나님을 만난 자리를 '브엘라해로이'(나를 살피시는 살아계신 이의 우물)라고 칭한다(14절).
여기 고난 받는 자를 살피시고 위로하시는 하나님의 천사는 고난당하는 자를 구원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표상한다. 하갈이 비록 언약백성과 무관한 이방여인이지만 하나님은 만물 위에서 역사하시며 그녀를 살피시고 위로하신다. 하나님은 하갈에게 언약의 하나님인 '야훼'로 나타나셨다.
그런데 하갈은 그 하나님을 알지 못한다. 언약의 하나님, 참 하나님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야훼 로이'가 아니라 자기가 믿는 신의 이름을 따라 '엘 로이'로 부른다.
하나님은 한 분 아버지이시며 만물 위에 계시는 야훼 하나님이시다. 만물에 속한 모든 신(엘)은 그 하나님께 종속된다. 하갈이 알지 못하고 부른 하나님이 이름, 엘은 곧 야훼가 되는 것이다.
하갈은 야훼 하나님의 약속받은 이의 불신앙으로 상처입고 고통당한 여인이다. 그가 아는 하나님은 참 하나님은 아니나, 참 하나님은 그를 알고 있다.
만물 위의 하나님이 계시되기까지 사람들은 그를 '알지 못하는 신'으로 부르고 섬긴다(행 17"13). 그들이 회개하고 돌아오기까지 하나님은 그들의 삶에 역사하신다.
참 하나님을 믿는 자의 불신앙에는 침묵하시는 하나님...그런데 그들로 인해 상처입고 고통당하는 이들을 하나님은 살피시고 위로하시고 보호하신다. 그들의 삶을 주관하시고 번성케 하시며, 참 하나님을 알기까지 오래 참으시며 자비를 베푸신다.
♦묵상 기도
아버지...
당신의 때와 기한을 기다리지 못해 무시로 인간적 시도를 하는 자입니다.
하나님의 방식을 의심하며 나의 방책을 도모하는 자입니다.
사람들의 그럴듯한 방책에 귀를 기울이는 자입니다.
말씀과 본성, 성령과 육신 사이에서 머뭇거리는 자입니다.
하나님을 저항하는 자기주장 의지는 하늘을 찔러 결국 결행하고 맙니다.
아버지...
약속받은 자의 불신앙이 가져온 쓰디쓴 열매를 마십니다.
나로 인해 상처입고 고통하는 이들이 참 많습니다.
나는 진리를 안다고, 참 하나님을 안다고, 언약의 하나님 야훼를 안다고 주장합니다.
저들은 내가 아는 참 진리를 모른다고 변호합니다.
그러나 저들이 비록 참 하나님을 알지 못해도 하나님은 저들을 변호하십니다.
저들의 광야에서 울부짖을 때 찾아가십니다. 살피십니다.
오, 아버지...
저들을 살피시는 야훼 하나님이시여!
저들이 비록 '엘 로이'로 부를지라도 저들을 살피소서. 돌보아주소서.
그들 중에 다수는 나의 사랑하는 이들입니다.
이제는 내가 범접할 수조차 없이 된 이들입니다.
이 새벽, 저의 눈물을 받아주소서. 저들을 살피시고 위로하시고 돌보아주소서.
주여 저들을 향한 나의 눈물을 받으소서.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 서형섭 목사는...
서 목사는 하나님의 검증을 마친 영적지도자다. 한국외대에서 경영학(B.A.)와 연세대 경영대학원 경영학(MBA)를 졸업하고, 서울신대 신학대학원 목회학(M. Div.)을 공부했다. 논문 '말씀묵상을 통한 영적 훈련'(Spriritual Training through Meditiatioin on the Word)으로 풀러신학교에서 목회학 박사(D. Min.) 학위를 받았다.
그는 지난 2000년 반석교회를 개척하고, 치유상담연구원에서 6년간 수학 후 겸임교수를 지내며 동시에 한국제자훈련원에서 8년간 사역총무를 역임했다.
현재 서형섭 목사는 말씀묵상선교회 대표로 섬기며 특히 '복음과 생명', '말씀묵상과 기독교 영성'에 깊은 관심을 갖고 저술과 세미나 사역에 집중하고 있다.
저서로는 <말씀묵상이란 무엇인가>(갈릴리, 2011년)와 최근 출간된 <복음에서 생명으로>(이레서원, 2013년) 등이 있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