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가 운행하는 중에 태양이 어느 도시 상공에서 서산으로 넘어가지 않고 중천에 오랫동안 멈추어선 사건이 있었다면 우리는 그런 엄청난 일을 믿을 수 있을까?
놀라운 일이긴 하지만 성경에는 그런 사건이 분명히 기록되어 있다.
라파엘의 프레스코로 제작한 <태양을 멈추게 한 여호수아> 란 작품을 보자. 투구를 쓴 젊은 지도자인 여호수아가 오른손으로 기브온 하늘에 멈추어 선 태양을 가리키며 '여호와께서 내 기도를 들어주셨다. 우리는 승리 한다' 고 외치면서 왼손을 들어 이스라엘 군병들에게 가나안 정복을 이룩하자며 독전(督戰)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젊은 지도자 여호수아가 모세의 뒤를 이어 통수권자가 되어, 요단강이 갈라지는 기적을 체험하면서 여리고성과 아이성을 점령하였다.
그러나 가나안 땅의 중심인 강대한 예루살렘성을 정복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았다. 예루살렘성에는 이미 아도니세댁 왕이 통치하고 있었으며 더구나 아모리 족속 다섯 왕들이 연합군을 편성하여 여호수아와 화친한 기브온을 공격하여 이스라엘의 기를 꺽고자 하였다.
예루살렘은 '평화의 도시' 또는 '평화의 기반'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이름의 뜻과는 달리 이 도시를 빼앗기 위하여 역사적으로 수많은 피를 흘린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역설)라 아니 할 수 없다.
이제 첫 번째 예루살렘 쟁탈전이 벌어진 것이다.
여호수아는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 앞에서 여호와께 아뢰었고 여호와께서 그 기도를 들어주셨다고 기록되어 있다.
"태양아 너는 기브온 위에 머무르라 달아 너도 아얄론 골짜기에서 그리 할지어다 하매 태양이 멈추고 달이 멈추기를 백성이 그 대적에게 원수를 갚기까지 하였느니라. 야살의 책에 태양이 중천에 머물러서 거의 종일토록 속히 내려가지 아니하였다고 기록되지 아니하였느냐" (수10:12-13)
'태양아 멈추어라'(Sun stands still)는 이 말은 많은 화가들의 작품테마로 유명한 구절이 되었다.
1702년에 발간된 종교개혁가 마틴 루터의 독일어 성경에는 '태양아 멈추어라'란 작가미상의 삽화가 있다. 화폭의 절반 이상이 기브온 상공의 구름 속에서 빛나는 정지된 태양을 그리고 있다. 아래쪽의 그림을 보면 계곡 산비탈 전쟁터에서 여호수아는 가운데 서서 깃발을 흔들며 지휘하고 있다.
마틴 루터는 태양이 멈춘 이 역사적 사건을 확신하고 있었다.
중학교 다닐 때에 처음으로 태양이 정지된 기록을 읽으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먼 옛날 기원전 12세기경에 기록된 여호수아서는 그 때 학교에서 배운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2세기)이나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16세기)이 나오기 전이니까 그것과는 관련이 없겠지'하는 정도였다.
그 후 영어성경을 읽을 때에는 이 부분이 다른 앞뒤 구절과는 달리 시적운율에 맞추어 기록한 것을 보고 "태양아 멈추어라"는 시적표현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나중에 여러 가지 주석서를 찾아보니 과연 많은 이론들이 있었다. 태양이 정지된 것이 아니라는 주장들을 보면 시적표현일 뿐이라는 주장과 전쟁이 치열하여 시간계산에 혼동이 생겼을 것 또는 구름이 낀 하늘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거나, 심지어는 이 구절은 본문이 완성된 후에 삽입된 것으로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이와는 달리 이 구절을 역사적 사실로 인정하면서도 옛날 그리스와 이집트, 중국과 멕시코 그리고 힌두교 문헌에서 태양이 멈추었던 일이 있었다는 과학적 증거까지 인용하여 주장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이론들은 무의미한 것으로 여겨진다.
많은 이론들을 설명하며 자세한 주석을 달기로 유명한 미국성경 NIV 스터디 바이블에는 이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는 어쩐 일인지 한 마디의 주석도 달지 않았다. 성경에 기록된 사실 이외의 논의는 공부할 이론들이 아니라는 태도이다.
성경에서 전쟁영웅담을 구체적으로 기록한 이스라엘의 고대문서인 야살의 책(Book of Jashar)에 "태양이 중천에 머물러서 거의 종일토록 속히 내려가지 아니하였다고 기록하지 아니하였느냐"고 명시한 부분을 몇 번이고 되풀이해 읽으면 '더 이상 의심하지 말라'는 무언의 울림이 있다.
그것은 이 역사적 전쟁에 대한 결론부분을 성경은 이렇게 기록하였기 때문이다.
"여호와께서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신 이 같은 날은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없었나니 이는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싸우셨음이니라."(수10:14)
이 전쟁은 단순히 여호수아와 아모리 족속을 비롯한 인간들의 전쟁이 아니다.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땅의 중심인 예루살렘을 차지하기 위한 역사상 전무후무한 야훼신과 가나안 토박이신들 간의 전쟁이었음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신들의 전쟁을 누가 감히 사실이냐 아니냐고 따지고 들것인가를 지금 우리 인간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 강정훈 교수는...
강정훈 교수는 1969년 제7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해 뉴욕 총영사관 영사(1985~1989)를 거쳐 조달청 외자국장, 조달청 차장(1994~1997) 등을 지내고 1997~1999년까지 조달청장으로 일했다.
행정학박사(연세대·서울대 행정대학원·성균관대학원)로 성균관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2004~2005), 2003년부터 현재까지는 신성대학교 초빙교수를 맡고 있다. 또 (사)세계기업경영개발원 회장(2003~2008)을 역임하기도 했다.
강 교수는 1992년 성서화전시회를 개최했으며 1994년에는 기독교잡지 '새가정'에 1년 2개월간 성서화를 소개하는 글을 연재했다.
현재 자신의 블로그 '영천의 성서화 라이브러리(http://blog.naver.com/yanghwajin)'를 통해 다양한 성서화와 이어 얽힌 뒷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그는 35년간 중세의 성서화 자료와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의 저서를 모으고 있다. 그 중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 저서 및 자료 675점은 숭실대 학국기독교박물관에 2011년 기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