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느림의 미학' 좌완 유희관(27, 두산 베어스)이 지능적인 투구 패턴으로 생애 최고의 인생투를 펼쳤다.

목동 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5차전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베어스의 벼랑끝 승부가 펼쳐졌다. 이날 두산 선발로 나선 유희관의 최고 구속은 134km 가량. 7회말 박병호 타석에서 전광판에 167km가 찍히기는 했으나 이는 그냥 오류였다. 빠르지 않은 직구였으나 대신 그는 상대가 직구를 노리는 타이밍에서 싱커를 던졌고 슬라이더도 섞으면서 2차전과는 투구 패턴을 다르게 가져가며 넥센 타석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유희관은 경기 초반부터 순조롭게 시작했다. 1회 선두 타자 서건창을 삼진 처리하며 순조롭게 출발한 그는 1회 2사 이후 3번 이택근을 시작으로 3회 첫 타자 이성열까지 5타자 연속 삼진을 잡는 기염을 토했다.

4회 2사 후 이택근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주며 퍼펙트 행진은 깨졌다. 하지만 유희관은 5회 이성열과 강정호에게 연속 삼진을 뽑아냈고 7회까지 삼자 범퇴로 넥센 타자의 방망이를 꽁꽁 묶었다. 노히트 노런도 가능한 기세였다. 하지만 유희관은 8회 첫 타자 김민성을 막지 못했다. 4구째 가운데 공을 던지다 좌중간 안타를 내줬다. 유희관의 투구수가 한계에 다달았다고 판단한 김진욱 감독은 변진수를 올렸고 유희관은 팬들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으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날 유희관의 투구는 지난 10일 2차전과는 또다른 매력을 지녔다. 앤디 밴 헤켄과 눈부신 투수전을 벌였던 유희관은 7⅓이닝 동안 3피안타(탈삼진 5개, 사사구 5개) 1실점 호투를 펼쳤다. 그나마 1실점도 뒤를 이은 홍상삼이 저지른 승계주자 실점. 사사구가 다소 많았으나 직구 위주의 투구로 코너워크는 물론이고 높낮이를 달리해 넥센 타자들의 혼란을 이끌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3,4구 째에서 패턴에 변화를 주며 더욱 뛰어난 호투를 펼쳤다. 2차전에서 직구가 나왔어야 할 타이밍에서 이번에는 역회전된 싱커와 스트라이크 존 아래 몸쪽 유인구로 상대 방망이를 이끌어냈다. 2차전서 느리지만 제구된 직구에 당했던 넥센 타자들은 허를 찌른 수에 또 당했다. 두뇌피칭이 가미된 저속구는 돌직구의 위력 이상이었다.

경기 후 유희관은 투구 패턴에 변화를 준 부분이 있는지 묻자 "2차전에서 내가 던진 직구가 많아 1회 상대 타자들이 뭘 노리는 지 유심히 봤고 또 재훈이가 그에 맞춰서 사인을 냈다. 직구도 던지면서 싱커도 섞어던지며 재훈이의 사인을 믿었다. 마침 내가 던지고 싶은 공을 재훈이도 사인을 내면서 궁합이 맞아 떨어졌다. 덕분에 던지면서 힘이 났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단순히 2차전에서 좋았던 패턴을 고수하지 않고 유연하게 패턴을 변경한 것이 포수의 생각과 마침 맞으며 호투로 이어졌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유희관 #두산베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