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스 언더우드와 함께한 조선>
릴리어스 호턴 언더우드 지음 | 정희원 옮김 | 아인북스 | 9월 23일 출간 | 384쪽 | 13500원
언더우드 부부는 항상 이 "조선(chosen)"이란 국가의 명칭이 최고로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이 이름은 조선인들에게는 단지 "아침의 고요함(고요한 아침)"을 뜻하는 것임에도, 영어로 표기했을 때 이 의미는 그들에게 있어 '선택된'이라는 뜻이다. 마치 아브라함을 보내셨듯,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보내기 위해 선택한 그 곳, 그분이 그들을 위해 선택하신 그 곳, 복 주시기 위해 선택하신 그 땅, 지구의 동편 대륙 모든 곳 가운데 가장 먼저 선택하신 택함을 받은 곳, 그리고 선교 현장, 그리고 철자는 KOREA인 그 명칭이 지닌 그 모든 측면들 가운데 축복이 따르는, 그분의 소유로 그분이 영원히, 무궁무진하게, 기쁘시게 선택하신 그 민족, 그 백성들.- 본문 중에서
조선 시대의 선교사들은 선교지에서 가족과 함께 어떻게 살아갔을까? 아마도 대개는 모국에 비해 100년 이상 낙후된 열악한 문화 속에서 정착할 수 없고,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없을 것이라고 절망했을 것이다. 그러나 언더우드 가족은 그 가운데서 큰 기쁨과 행복을 누리며 살았다.
<호러스 언더우드와 함께한 조선>은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 선교사(한국명: 원두우)가 이룩한 많은 사역을 아내 릴리어스 호턴 언더우드의 가족적인 시각에서 풀어낸 문헌이자, 릴리어스 언더우드의 신앙과 삶의 진솔한 고백이다. 또한 이 책은 그녀의 아들 호러스 호턴 언더우드(한국명: 원한경, 애칭: 톰킨스)가 그의 태어난 때부터 유년 시기까지 언더우드 부부와 함께 한 조선견문록이기도 한다.
저자인 릴리어스 언더우드는 1900년 초반에 모두가 두려워했던 극동 선교, 특히 열강에 의해 조선의 식민지화가 획책된 국제 정세 속에서 '조선'을 자세히 알리려고 했다. 따라서 선교를 두려워하는 서구권 선교사와 후원자들에게 선교의 긴급성과 정당성, 생활의 경험담을 알려주고, 그들이 선교를 망설이지 않도록 조선의 밝은 면과 기쁨을 섬세한 필치로 표현했다.
또한 저자는 선교사 아내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도 외아들 톰킨스 엄마로도 부족함이 없었다. 이 책을 통해 톰킨스를 키우면서 조선의 버려진 아이들까지 똑같은 엄마의 심정으로 치료하고 돌보고자 했던 저자의 강력한 의지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언더우드가 설립한 고아 학당에서 안창호와 우사 김규식(1881-1950, 독립운동가)이 교육을 받고 자라났다. 선교 생활 이야기와 '그리스도인의 삶'의 실제의 모습을 통해 인간미가 넘치는 모습 뿐 아니라 믿음의 승리 과정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진정한 사랑으로 연합된 가정을 이루고자하는 사람들과 이 땅의 모든 아내, 어머니에게 필요한 지혜를 주고 있다.
아들 톰킨스와 언더우드 부부는 선교 여행을 다니며 조선의 방방곡곡을 누볐다. 조선에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저자는 큰 기쁨을 느끼며 이 모든 경험을 감사하게 여겼다.
그렇지만 그녀가 언제나 완벽한 인간이었던 것은 아니다. 까다롭고 불안하고 예민한 릴리어스 언더우드는 여행을 하면서 교통수단이 조금만 위험해도 생명을 구해달라고 소리를 지르는 연약한 여인이었다. 저자는 여느 극성 엄마 못지않은 교육을 강조하던, 조금은 이기적인 어머니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는 가난하고 문명이 발달하지 못한 조선을 위해서 외아들 톰킨스에게 헌신과 희생의 정신을 가르쳤다.
조그만 부당한 상황도 참지 않는 자기중심적인 여인, 그런데도 그녀는는 어떻게 완벽하게 자신을 희생한 대표적인 재한 선교사로 기억 되는가? 그녀의 수기는 이 물음들에 대해 다양하게 답하고 있다. 체면과 격식이 중요했던 그녀였지만 그 진실이 무엇인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전부 말했다. '불굴의 강인함, 그 근원'은 그녀라는 '사람 내부'에서는 설명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 사랑할 수 있는 힘의 근원은 예수님을 신뢰하는 삶이 가져오는 결과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