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수도 나이로비에 있는 4층짜리 대형 쇼핑몰 웨스트게이트에 21일(현지시간) 정오 무장괴한들이 손님들에게 총기를 난사하고 수류탄을 터뜨려 최소 39명이 숨지고 150명이 다쳤다고 케냐 대통령이 밝혔다.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은 이날 밤 TV를 통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사상자 수를 전하며 "과거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물리쳤고 이제 다시 그들을 패배시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케냐타 대통령은 이어 자신도 이번 테러로 가족의 일원을 잃었다고 밝혔다.
이번 사상자 규모는 지난 1998년 알카에다가 나이로비 주재 미국 대사관에 폭탄 테러 공격을 가해 200여명이 사망한 이후 최대다.
테러 직후 케냐 군경이 출동해 괴한들과 총격전 끝에 해당 쇼핑몰을 장악했으며, 이들을 1층의 한 대형 슈퍼마켓 안으로 몰아넣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케냐 대통령궁은 트위터에 10여 명으로 추정되는 괴한들 중 1명이 총격전 중 부상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고 밝혔다.
알카에다와 연계된 소말리아 이슬람 반군 알샤바브는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알샤바브는 트위터에 성명을 내고 케냐가 소말리아에 병력을 파병한 데 대한 보복으로 이번 쇼핑몰 공격을 자행했다며 "오랫동안 우리는 우리 땅에 들어온 케냐군과 전쟁을 벌여왔고, 이제는 그들의 땅으로 전쟁터를 옮길 때"라고 경고했다.
현장에 있던 엘리야 카마우는 이날 낮 복면을 쓴 수명의 괴한들이 AK-소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하고 웨스트게이트 쇼핑몰을 급습했다고 전했다.
카마우는 무장괴한들이 쇼핑몰에 들이닥치고서 무슬림에겐 일어나 밖으로 나가라고 명령했다면서 비무슬림이 공격을 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냐 중산층과 외국인에게 인기 있는 웨스트게이트 쇼핑몰에는 주말을 맞아 가족 단위 손님으로 붐볐다.
한편, 웨스트게이트 쇼핑몰이 있는 웨스트랜드 지역에는 교민들이 많이 거주하고, 주케냐 대한민국대사관도 있어 한국인의 피해가 우려됐지만 부상자 중에 한국인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사관 관계자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한국인 피해자는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나이로비에서 외국인학교에 재학 중인 한인 학생인 L양(16세)은 이날 친구 생일을 맞아 쇼핑센터에 들렀다가 범인들을 피해 4시간을 숨어 있다가 간신히 탈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L양은 범인들을 피해 숨어 있었던 4시간이 현실 같지가 않아 아무런 감정이 일어나지 않았으나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왔을 때는 눈물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경찰 특공대의 진압작전으로 무사히 구출된 L양 외에도 이날 현장에서 범인들을 피해 숨어 있거나 도망쳐나온 한인들이 여러 명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1년 말 알샤바브는 케냐가 자신들을 소탕하기 위해 소말리아에 병력을 파병한 데 대한 보복으로 나이로비를 대규모 공격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