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KDB코리아오픈 단식에서 장수정(양명여고) 선수가 환호하고 있다.   ©KDB코리아오픈조직위

한국 테니스에 희망을 보여준 여고생 장수정(18·양명여고·세계랭킹 540위)이 올해 목표를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200위대 진입으로 잡았다.

장수정은 20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WTA 투어 2013 코리아오픈 테니스대회 단식 8강에서 세계랭킹 113위 라라 아루아바레나(21·스페인)에 0-2(0-6 4-6)로 졌다.

8강에서 탈락하기는 했지만 장수정의 돌풍은 한국 테니스에 흐뭇한 추석 선물이 됐다.

장수정은 1회전에서 세계랭킹 33위이자 이번 대회 4번 시드를 받고 출전한 클라라 자코팔로바(31·체코)를 2-0(6-3 6-1)으로 완파하는 이변을 일으켰고, 2회전에서 세계랭킹 184위 온스 자베르(19·튀니지)에 2-1(1-6 6-4 6-1)로 역전승을 거뒀다.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8강에 오른 장수정은 2006년 1월 캔버라 오픈에서 준우승한 조윤정 이후 7년8개월만에 WTA 투어 대회 8강 무대를 밟았다.

아루아바레나의 벽에 막혀 4강 진출이 좌절됐지만 이날 장수정은 플레이가 살아나자 2세트에서 게임스코어 4-5까지 추격했다.

경기에서는 졌지만 2세트에서 장수정의 플레이는 상위 랭커에도 쉽게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보여줬다.

경기를 마친 장수정은 자신을 후원해주고 있는 삼성증권에 고마운 마음부터 드러냈다. 그는 "많은 지원을 해준 삼성증권에 감사하다. 김일순 감독님, 조윤정 코치님을 비롯한 삼성증권 팀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장수정은 경기 초반 아루아바레나의 스타일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에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초반에 빨리 상대 스타일을 파악해야했다"고 말한 장수정은 "2세트부터 파악이 됐다. 볼이 많이 감겨서 오는 스타일이었다. 침착하게 스트로크로 상대했어야하는데 네트플레이를 위해 들어가려고만 해서 실수가 많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2세트에서 게임스코어 4-5까지 쫓아간 것에 대해서도 "2세트에서야 파악이 됐다. 빨리 파악했어야하는데 그게 많이 아쉽다"고 전했다.

1세트에서 유독 포핸드 크로스 실책이 많았던 장수정은 "힘을 빼고 치자고 생각했는데 힘이 많이 들어갔다. 그러면서 실수가 나왔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번 대회 8강까지 진출하면서 장수정은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자신감을 얻었고, 자신의 장단점도 더욱 명확하게 파악했다.

역시 가장 큰 수확은 자신감이다.

장수정은 "1회전에서 자코팔로바와 할 때 '한 게임이나 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막상 해보니 종이 한 장 차이더라"며 "한 포인트가 중요하고, 포인트 하나에 흐름이 바뀐다. 랭킹이 높은 선수들은 그런 경험을 많이 하지 않았나. 더 높게 올라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하는 것에 적응도 했다. 장수정은 "센터코트에서 세 번째로 경기를 했다. 1, 2회전에서 긴장이 많이 됐는데 오늘은 전보다 긴장이 덜 됐다"며 "되려 2세트에서 추격할 때 관중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보완해야할 점에 대해 그는 "유럽 선수들을 상대해본 경험이 적어 스타일 파악이 힘들었다. 경험을 쌓아야할 것 같다"며 "근력도 키우고 정확성도 높여야한다. 시합을 할 때 나의 스타일을 만들어야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수정은 "무엇보다 시급하게 고쳐야할 것은 다리 안정성이다. 그것이 고쳐지면 더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장점도 발견했다. 이날 2세트에서 백핸드가 살아나면서 추격에 성공한 장수정은 이번 대회를 치르며 발견한 자신의 장점을 백핸드로 꼽았다.

장수정은 "강한 백핸드를 날리는 것이 먹히더라. 힘이 테니스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며 웃어보였다.

미국에서 벌어지는 서키트 대회와 챌린저 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라는 장수정은 "올해 안에 200위대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각오를 다졌다. 장수정은 이번 대회 8강 진출로 70점의 랭킹포인트를 추가, 다음주 세계랭킹에서 300위대 중반까지 순위를 끌어올릴 전망이다.

"남자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며 마냥 소녀같은 모습을 보이던 장수정은 선수생활의 최종 목표를 묻자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 목표"라며 당찬 각오를 아낌없이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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