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두 얼굴-평화와 폭력>

박충구 지음 | 홍성사 | 9월13일 출간 | 360쪽 | 16000원

<종교의 두 얼굴- 평화와 폭력>   ©홍성사

종교의 폭력은 변형된 모습으로 오늘날 우리 삶에도 기생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 안에 숨어 있는 폭력의 종교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평화로운 종교의 지평을 찾는 길을 모색한다. 나는 이 길에서 평화의 반대는 전쟁이 아니라 다양하게 변형된 폭력임을 깨달았다. 개인, 관계, 집단, 교회, 정치, 경제, 구조 등 곳곳에 기생하는 폭력이 우리의 평화를 파괴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안의 폭력을 제거하는 일이야말로 평화를 누리는 길의 첫걸음이다. - 본문 중에서'

소크라테스는 '인간의 선한 본성'을 정의라 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는 각자가 자기의 것을 취하며 법이 정하는 바대로 하는 미덕'이라고 했다. 정의에 대한 개념은 학자마다 다양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의'는 공평한 사회를 위한 최고 가치로 꼽혀왔다는 것이다. <종교의 두 얼굴>의 저자 박충구 교수 또한 '정의'가 윤리적 실천 과제를 위한 핵심 개념이라 생각하면서도 '평화'도 함께 다뤄져야만 한다고 말한다.

이는 저자가 2005년부터 아시아의 빈곤한 나라들을 살펴보면서 그간의 이해가 모든 세계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정의'로 대표되는 '법과 질서'가 기득권층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회에서 정의에 대한 요구는 자학적이거나 가학적인 폭력을 불러오고 만다. 이런 사회에서 약자가 정의를 요구하는 것은 생존을 건 행위다. 저자는 말한다 "생명이 정의를 요구하는 것이지 정의가 생명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정의는 결국 평화의 도구여야 하며 평화는 정의가 지향하는 목표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저자는 평화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품는다. 지금까지의 평화가 과연 진정한 평화인가? 인류는 늘 평화로운 삶을 꿈꿔 왔고, 앞으로도 평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계속 될 것이기에 저자는 우리가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자 한다. 이에 이 책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그저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면 평화롭던 고대 그리스의 평화사상부터 정의로운 평화를 열망하는 현대 평화운동까지 평화의 역사를 쭉 훑어 보인다.

저자는 구약성서의 샬롬 사상에서 평화사상을 짚어 본 후, 예수의 평화와 초기 교부들의 평화를 살펴본다. 뒤이어 저자는 기독교 주류 교회가 국가나 제국의 생존을 넘어 기독교 세계의 안보와 질서를 위해 평화를 외쳤다고 말한다. 이를 위한 전쟁은 정당하다는 정당전쟁론을 내세우며 주류 교회는 전쟁을 조장하고 지원했다. 기독교가 제국의 정치·사회·경제적 이해관계와 같이하면서 예수와 초대 교부들이 간직했던 평화사상은 중심에서 밀려나고 말았던 것이다.

20세기에 이르러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세계는 두 진영으로 갈라져 '정의로운 전쟁'이라는 명분 아래 상대보다 강한 군사력 확보에 열을 올리느라 분주했다. 그 결과 현재 세계는 자칫 인류를 공멸로 몰아넣을 핵폭탄이 담보하는 평화 안에 살아가고 있다. '정의로운 전쟁'이 과연 '정의로운 평화'를 담보하는 것인가?

저자는 "종교가 평화를 품도록 도와 왔지만, 한편 무서운 증오와 폭력을 배양하기도 했다는 사실도 인식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종교가 저마다의 참된 평화의 길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종교 안에 평화를 위장한 폭력이나 구원과 축복을 위장한 탐욕도 있었음을 '역사'가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폭력을 선교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다.

종교가 가진 두 얼굴, 평화와 폭력. 우리 삶에도 평화와 폭력은 공존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모든 폭력에서 물러서는 평화를 사랑하는 종교인인지 아니면 평화라는 이름을 앞세워 누군가와 적대하여 싸우고 있는 신앙인인지"에 대한 답을 찾을 것을 권면한다. 또한 우리 안의 폭력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할 때, 진정한 평화를 향한 첫걸음을 떼는 것이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평화의 얼굴 이면에 자리해 온 폭력의 얼굴을 발견하게 될 때, 내가 당하는 폭력이 아닐지라도 관심을 기울일 때, 비로소 우리는 모두를 위한 평화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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