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뒷심있는 두산이다. 두산이 정말 강한 이유는 주전이 아닌 백업 멤버의 한 방에 있었다.
두산은 12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원정경기에서 2-7로 뒤진 9회초 3점 홈런 2개를 앞세워 대거 7점을 내며 9-7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시즌 63승2무48패를 기록한 두산은 2위 삼성을 1경기 차로 추격했다. 2위 탈환도 가시권이 된 셈이다.
두산은 12일 SK 와이번스와의 문학구장 원정경기에서 8회초 공격을 앞두고 0-7로 끌려갔다.
8회초 2점을 따라 붙을 때에도 모두들 필승조와 마무리 박희수가 건재한 SK의 승리를 의심치 않았다.
두산이 뒷심을 발휘하기 시작한건 9회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에서였다. 안타와 볼넷으로 주자를 쌓은 두산은 최재훈의 3점 홈런으로 5-7까지 따라 붙었다.
혹시나 하는 두산 팬들의 기대감을 현실로 바꿔준 이는 김동한이었다. 김진욱 감독은 2사 1,2루의 마지막 기회에서 정수빈 대신 대타 김동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좌투수 박희수를 상대하기에는 좌타자 정수빈보다 우타자인 김동한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침착하게 볼 2개를 골라낸 김동한은 3구째 체인지업에 방망이를 크게 헛돌렸다. 호흡을 가다듬은 뒤 다시 타석에 들어선 김동한의 박희수의 한가운데 직구를 통타, 좌측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홈런으로 연결했다.
5-7이던 스코어는 순식간에 8-7 두산의 리드로 뒤바뀌었다. 김동한은 어느 때보다 환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돌았다. 더그아웃에서 초조하게 지켜보던 선수들은 모두 자리를 박차고 나와 김동한을 반겨준 것은 물론이다.
2011년 동국대를 졸업한 뒤 계약금 4000만원을 받고 두산에 입단한 김동한은 1군보다는 2군이 익숙한 선수다. 지난해에는 고작 10차례 1군 경기에 나서 8타수 3안타를 기록했을 뿐이다. 대신 2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대주자로서의 가능성을 선보였다.
빠른 발로 눈도장을 찍은 김동한은 지난 7월 올 시즌 첫 1군 출전 이후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팀에 기여하더니 이날 대형사고를 치며 자신의 존재를 널리 알렸다.
김동한은 "갑작스러운 기회라 타석에서 잘하면 좋다는 생각으로 긴장을 풀고 임했다. 직구 타이밍을 잡고 들어갔는데 체인지업(공식 기록은 투심 패스트볼)이 떨어지지 않고 실투가 들어왔다"고 홈런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그는 "원래 세러모니를 하지 않는 스타일인데 나도 모르게 움직여지더라. 모든 순간이 꿈 같았다"고 감격을 전했다.
사실 두산 입장에서 이날 경기는 무척 중요했다. 7연승 후 넥센 히어로즈전 2연패를 당한 두산은 주중 LG 트윈스와의 총력전을 위해 선발 로테이션까지 조정했지만 우천으로 칼을 뽑아보지도 못한 상태였다.
자칫 이 경기마저 내줘 3연패에 빠질 경우 선두 경쟁에서 멀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8회부터 타선이 살아나면서 극적으로 경기를 뒤집었고 1위에 대한 꿈도 지속하게 됐다.
김진욱 감독은 "초반 기선을 잡지 못해 힘든 경기였다. 경기 후반 선수들이 집중력을 발휘해 승리할 수 있었고 최재훈과 김동한의 두려움 없는 타격으로 경기를 뒤집을 수 있었다. 올 시즌 오늘 경기가 가장 값진 승리라고 생각한다"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