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지난해 대북제재 위반자에 대한 형사 기소를 크게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에 있는 제3국 국적자를 체포해 미국으로 압송하고 또 일부 용의자에 거액의 현상금을 거는 등 대북제재 관련 사건에 대해 강하게 대처해 온 미국 법무부의 의지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주목된다.

미국의 소리(VOA)는 2024년을 “대북제재 위반자들에 대한 미국 법무부의 조치가 유독 눈에 띄는 해였다”라고 평가했다. 연방 검찰과 연방수사국 FBI 등을 통해 형사 기소와 민사 몰수 소송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한 것을 근거로 삼았다. 대북제재 위반 행위에 대해 미국 정부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종합적으로 보여준 해라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연방 검찰이 대북제재 위반을 이유로 기소한 사람만 20여 명에 이른다. 이 중에는 실제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되거나 미국에 거주하던 중에 체포된 인물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들 가운데 진광화라는 인물은 한국어를 구사하며 북한이 위조 담배를 제조, 판매하는 등 북한에 약 7억 달러의 불법 수익을 거두도록 도운 혐의로 체포돼 지난해 9월 미국에 신병이 인도됐다. 그의 대북제재법 위반 등의 범죄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될 경우 최대 70년 징역형이 내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미 법무부의 단속망에 걸린 이들 가운데 북한 주민이 다수라고 밝혔다. 지난달 중국과 러시아에서 활동 중인 북한 IT 회사 관계자와 IT 노동자 14명이 기소됐는데 이들 모두가 북한 국적자라는 것이다. 또 지난해 7월 ‘랜섬웨어’로 미국 병원에 사이버 해킹 공격을 가해 기소된 북한 해커 림종혁에겐 최대 1천만 달러의 현상금이 걸렸다.

대북제재 위반자에 대한 미국 검찰의 법적 제재 강화는 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철퇴 의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하겠다. 대북제재 조치를 위반하는 자는 국적을 불문하고 찾아내 엄단하겠다는 확실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 시점에서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게 국내 정치계에 미칠 파장이다. 미 국무부는 최근 공식 논평을 통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주당에 대해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을 주문했다. 미 국무부가 이 대표와 야당 정치인들이 북한에 유화적 자세를 취하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에 불성실한 태도로 임하고 있다고 판단한 동시에 이 대표의 대북송금 사건 재판 결과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12월 19일 수원고법 형사1부는 대북송금 공모 혐의로 구속된 이화영 경기부지사에게 징역 7년 8월 및 벌금 2억5000만 원, 추징 3억2595만 원을 선고했다. 1심에 비해 1년 10월 줄어든 형량을 받았지만, 공소 사실에 있어선 원심을 그대로 인정했다는 게 중요하다.

이번 대북 불법 송금 관련 항소심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이 있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 전 부지사 요청에 따라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표 방북 비용을 대납한 것과 여기에 이 전 부지사가 공모한 사실 등 각 공소 사실에 대해 항소심이 1심 재판부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VOA는 이 재판과 관련해 “북한 측 인사에게 현금을 전달하는 행위는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며 “북한 정권 혹은 북한 정권 대리인 등과의 거래를 금지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독자 대북제재 규정도 어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대북 불법 송금 관련 재판 결과를 놓고 미 국무부가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는 사실만으로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일각에선 미 국무부의 이 같은 경고성 메시지에 북한에 돈을 전달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야권에 전하는 모종의 정치적 함의가 담겨 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미 국무부의 경고성 메시지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가 여전히 유효한 상황에서 북한이 무모한 행동을 즉시 중단하도록 모든 나라가 강력하고 단합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탄핵소추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이런 비판적인 성명을 냈다는 건 우리 정부와 정치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이 문제가 자칫 한·미 동맹 체제에 균열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유력 차기 대권 주자인 이재명 대표가 연루된 불법 대북송금 사건에 미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보아 재판 결과에 따라 한미 관계가 요동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북제재에 위반 행위에 대한 미 정부의 경고성 메시지를 한미동맹 체제의 균열 조짐으로 평가하는 건 지금으로선 지나친 확대 해석이고 양국 관계에도 마이너스 요소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 국무부와 특히 정부의 관영매체인 VOA까지 나서 대북 불법 송금 재판과 관련해 비판적인 태도를 드러낸 걸 대수롭지 않게 그냥 넘겨선 안 될 것이다.

이 사안이 이재명 대표의 불법 대북송금 의혹 사건 재판에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그렇지 않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미국과 유엔 안보리 등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외치는 대북제재 이행의 중요성을 한국의 차기 대권 주자와 야당 정치인들이 어긴 결과에 대해 엄중한 책임이 뒤따르리란 건 분명해 보인다.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대한민국의 일부 정치인들이 북한 공산주의 세력에 돈을 갖다 바치고 부역한 행위에 대해 재판부가 엄단해야 할 분명한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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