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전 세계 아동 8명 중 1명이 올해 발생한 극단적 기상 현상으로 이주, 교육 중단, 국제 원조 의존 등 상당한 피해를 봤다고 13일(수) 밝혔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오는 22일까지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 맞춰 해당 자료를 발표했으며, 이를 토대로 기후위기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각국 리더의 행동을 촉구했다.
발표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10월 29일까지 전 세계 아동 인구 24억 명 중 12.5%인 3억 명이 극단적인 기상 현상에 노출됐다. 세계기상기구는 지난 50년 동안 전 세계에 걸친 극단적 기상 현상의 발생 건수가 5배 증가했다고 추정했다. 이처럼 기후 변화로 인한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높은 빈도수와 심각성을 나타냄에 따라 아동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특히 아시아는 기후 재해로 세계에서 가장 큰 피해를 봤다. 올해 남아시아 전역에서 전례 없는 폭염이 발생해 아동 2억 6,500만 명이 학교에 갈 수 없었고, 지난 9월 동남아시아를 휩쓴 슈퍼 태풍 야기로 아동 약 150만 명이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 놓였다. 지난달 말 필리핀을 강타한 열대성 폭풍 짜미로 아동 1,950만 명의 교육이 중단되기도 했다.
아프리카의 뿔, 콩고민주공화국, 남수단 등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홍수, 사이클론, 가뭄으로 아동의 피해가 컸다. 1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발생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약 1,220만 명의 아동이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며,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 전역에서 홍수가 발생해 천만 명의 아동의 교육이 멈췄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는 엘니뇨 현상이 기후 변화와 중첩되면서 인구의 70% 이상이 농업에 의존하는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가뭄과 농작물 파괴 피해가 가중됐다.
이에 세이브더칠드런은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논의의 초점을 아동에 두어야 하며, 특히 기후 재난의 피해를 본 아동의 대다수가 중·저소득 국가에 거주하고 있어 빈곤, 불평등 및 차별에 노출된 아동의 목소리와 경험을 우선순위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9월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한 홍수로 이재민 대피소에 머물고 있는 키아리암(12세, 가명)은 “홍수로 인해 집 안의 모든 것이 망가졌다. 옷, 교복, 책도 사라졌다. 단 몇 분 만에 집이 물에 잠길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이런 홍수는 처음이다. 학교 절반이 완전히 붕괴돼서 학교에 갈 수 없게 되었다. 어떻게 진도를 따라잡을지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사회와 학교를 재건하는 데 도움이 필요하다. 앞으로 홍수를 예방하려면 적절한 수로도 필요하고, 학교로 돌아가려면 교복과 교과서도 필요하다”라며, COP29의 세계 지도자들이 지역사회 지원에 나서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인터내셔널 CEO 잉거 애싱은 “이것은 기후 정의의 문제다. 기후위기는 미래 세대가 당면한 문제일 뿐 아니라, 올해 전 세계 아동 8명 중 1명에게 큰 어려움를 끼친 현재의 위기이다. 수많은 기후 이재민이 피난을 떠나거나 인도주의적 지원에 의존하며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저소득 국가 아동이 가장 큰 타격을 입으며 심각한 불평등과 격차를 경험하고 있다”고 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COP29에서 합의될 기후 금융에 관한 새로운 기후 재원 목표(NCQG)와 국가 및 글로벌 기후위기 적응 계획 수립에 아동의 권리와 목소리, 고유한 취약성이 반영될 것을 촉구하는 한편, 아동이 COP29에 참여할 기회를 만들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올해 기후변화와 자연재해 대응을 위해 54만 달러, 한화 약 7억 5천만 원을 긴급 지원한 바 있다.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 폭염 피해를 본 남아시아 지역의 회복을 돕는 한편, 아프가니스탄, 네팔, 볼리비아 등 홍수와 가뭄 피해가 컸던 지역에 긴급구호를 실시했다. 또한, 지난달 발생한 필리핀 열대성 폭풍 짜미 피해를 당한 필리핀에 5만 달러를 지원했으며 위생키트, 다목적 현금, 임시 교육 공간과 교육 키트를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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