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의 대표적 성매매 집결지 미아리텍사스촌이 재개발을 앞두고 새로운 위기를 맞고 있다. 불법 대부업체들이 생계 위협을 받는 성매매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고리대금 영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종사자 김모(44)씨는 최근 구역 내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불법 대부업체 명함 전단에 대해 언급했다. '369'로 불리는 이 대출은 30만원을 1주일간 빌릴 경우, 상환 기간을 넘기면 1분당 10만원씩 이자가 가산되는 방식이다. 대부업체들은 채무 불이행시 성매매 사실을 주변에 알리겠다며 협박까지 서슴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지난해 11월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재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이곳 종사자들의 처지는 더욱 악화됐다. 이들은 세입자나 주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어떠한 보상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구역 곳곳에는 '신용불량자 가능'이라는 문구가 적힌 일수 전단이 도배되다시피 했다.

이러한 불법 대부업체의 횡포는 최근 한 비극적 사건으로 이어졌다. 지난 9월, 유치원생 딸을 홀로 키우던 여종사자 A(35)씨가 한 펜션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 것이다. A씨는 50만원을 빌렸다가 2주 만에 180만원으로 불어난 빚을 갚지 못하자, 대부업체로부터 지인 100여 명에게 성매매 사실이 알려질 것이라는 협박을 받았다. 심지어 문신을 한 이들이 유치원까지 찾아가 협박하는 등 지속적인 괴롭힘에 시달렸다고 한다.

이들의 수법은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김씨의 증언에 따르면, 대부업체들은 봉고차에서 만남을 갖고 차용증을 작성하게 한 뒤, 피해자의 휴대전화에서 지인들의 연락처를 확보한다. 또한 차용증을 쓰는 모습을 촬영해 추후 협박용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여성인권센터 '보다'의 이하영 소장은 "성매매 여성들의 경우 주변 지인들이 자신의 일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신상 공개 협박에 특히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피해자 A씨는 경찰 신고를 망설이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이러한 사태에 대응해 SNS 채널을 통한 익명 상담창구 개설과 성매매 집결지 내 스피커 설치를 통한 불법 추심 신고 안내 방송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현장의 김씨는 "이런 방식의 대책은 오히려 이곳을 더 죽이는 것"이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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