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첫 TV토론 성과에 고무되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그동안 자신들의 약점으로 여겨졌던 '인지능력' 문제를 이제 트럼프를 겨냥한 공격 소재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CNN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인 하킴 제프리스는 11일(현지시각)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트럼프를 겨냥해 "누군가 이 남자의 인지검사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발언했다. 이는 전날 있었던 TV토론에서 트럼프가 보인 행동을 겨냥한 것이다. 제프리스는 트럼프가 토론 중 아이티 이민자의 반려동물 취식에 대한 근거 없는 주장을 반복했다며, "그가 실제 (대통령) 직무에 정신적으로 적합한지 명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인지능력 논란은 그동안 81세인 조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한 공화당의 주요 공격 소재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말을 더듬거나 넘어지는 모습이 포착될 때마다 공화당은 그의 인지능력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그러나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의 TV토론 이후, 이 논란의 중심이 트럼프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10일 진행된 TV토론에서 트럼프는 과거 바이든을 상대할 때와는 다르게 해리스의 도발에 쉽게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민주당은 그동안 바이든의 약점으로 여겨졌던 고령 및 인지능력 문제를 오히려 트럼프를 공격하는 소재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민주당 후보 교체 이후 트럼프가 '부메랑'을 맞을 것이라는 주요 언론의 예측과 일치한다.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공화당 후보가 '사람들이 고양이와 개를 먹는다'라는 이야기를 꾸며낼 때는 토론을 따라가기가 힘들었다"며,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주장을 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반면, 공화당 내부에서는 좌절감이 감지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의 토론 성과는 공화당을 좌절시켰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러한 분위기를 전했다. 공화당 내에서는 트럼프가 토론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실정을 해리스의 책임으로 돌릴 기회를 놓쳤고, 오히려 도발에 넘어가 자신의 논란만 키웠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측근으로 알려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기회를 놓쳤다", "해리스는 자신을 잘 다뤘다"며 "(해리스에게는 전반적으로 토론이) 행복한 대화였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제 양측은 토론 이후의 분위기를 실제 득표로 연결하기 위한 노력에 돌입했다. 해리스 진영은 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경합주의 표심을 잡기 위해 12일부터 노스캐롤라이나와 펜실베이니아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트럼프 측 역시 12일부터 애리조나, 네바다, 캘리포니아, 유타 등을 순회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설 계획이다.
국제 정세 전문가는 "이번 TV토론을 계기로 미국 대선 판도에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된다. 민주당의 공세 강화와 공화당의 위기 대응, 그리고 양측의 경합주 공략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앞으로의 선거 과정이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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