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국내 조선소 최초로 미국 해군 함정 정비사업(MRO)을 수주하며 국내 조선업계에 새로운 경쟁의 장을 열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이 수주한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Wally Schirra)호가 지난 2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입항했다.
이번 입항은 미국 함정이 연합작전이나 행사가 아닌 보수, 정비, 재생을 위해 국내 조선소를 찾은 최초의 사례로, 국내 조선업계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결과로 평가받고 있다. '월리 쉬라'호는 배수량 약 4만 톤급의 대형 군수지원함으로, 전장 210m, 전폭 32.2m에 달하는 규모다. 이 함정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약 3개월간의 정비 작업을 거친 후 미국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이번 수주는 미국이 해군 전력의 유지보수에 대한 거리적 어려움과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방국에 함정 MRO 업무를 위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한 결과다. 한화오션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함정 기술력과 정비 관련 인프라를 바탕으로 MSRA(함정정비 협약)을 획득해 이번 MRO 사업을 수주할 수 있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국내 조선소 최초로 미국 해군 함정의 MRO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MRO 관련 기술력을 바탕으로 적기 인도를 통해 K-방산의 명성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수주를 계기로 향후 국내 주요 업체들의 MRO 수주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해군 함정 MRO 사업은 연간 20조 원 규모로 추정되며, 글로벌 함정 MRO 사업 시장은 연간 80조 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HD현대도 미국 해군 MRO 사업에 관심을 보이며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MSRA를 체결했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지난 4일 "글로벌 특수선 야드 가동 상황과 수익성을 현재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이런 상황을 고려해 HD현대도 조만간 MRO 사업에 참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HD현대는 현재 야드를 신조 건설에 활용하는 것이 수익성에 유리하다고 판단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사업 참여를 계획하고 있다.
한편, 한화오션과 HD현대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선정에서도 입찰 방식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어, 향후 MRO 수주를 위한 경쟁도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한화오션의 미 해군 함정 MRO 사업 수주는 국내 조선업계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하고, "국내 조선소들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내 조선업체들이 글로벌 MRO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지, 그리고 이를 통해 국내 조선업계가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주목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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