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전쟁이 11개월째 지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의 거듭되는 대피 명령으로 인도주의적 활동이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21일, 이스라엘이 ‘인도주의 안전지대’로 선포했던 가자지구 중심부의 데이르 알 발라(Deir al-Balah) 마저 대피 명령이 떨어지면서 수많은 팔레스타인인과 인도주의 단체들이 피난길에 올랐다. 이곳은 구호 활동에 필요한 필수 인프라와 물류 창고가 남아있는 도시 중 하나이다.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22일(목) 유엔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참석해 가자지구의 보건 위기와 데이르 알 발라에의 첫 소아마비 확진에 따른 가자지구 및 전 세계 확산을 경고했다고 최근 밝혔다. 브리핑을 맡은 세이브더칠드런 보건의료팀 의사 루시아 백스터(Lousia Baxter) 박사는 “가자지구에서는 깨끗한 물과 간단한 의약품이 없어서 아동기에 흔히 겪는 질병조차 중증이 된다. 이스라엘 정부에 의해 항생제, 진통제 심지어는 백신 보관을 위한 냉장고의 반입이 막혔다. 벌써 4개월째, 필수 의약품을 실은 트럭이 국경 검문소의 규제에 걸려 대기 중이다”고 했다.
유엔에 따르면, 8일부터 17일 사이에 칸유니스와 데이르 알 발라에서 내려진 여러 차례의 대피 명령으로 기초보건센터 5곳과 진료 시설 9곳을 포함해 총 17개의 보건 시설 운영이 문을 닫았다. 지난 9월 전쟁이 시작된 이후로 팔레스타인 내 백신 접종 시스템이 붕괴해 신생아 5만여 명을 포함한 아동의 정기적인 예방 접종 역시 중단된 상황이다. 최근 데이르 알 발라에서 10개월 아동의 소아마비 확진 사례가 발생하면서 대규모 보건 위기가 예견된다.
백스터 박사는 “소아마비는 오염된 물을 통해 전파되는데,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내 하수 처리 등 위생 인프라를 파괴하고 깨끗한 물의 유입을 차단하면서 바이러스 확산의 위험이 커졌다. 소아마비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강해 전 연령층이 감염될 수 있고 특히 5세 미만 아동이 위험하다"며 "지금도 가자지구에서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있다. 소아마비 바이러스는 케렘 샬롬 국경 검문소나 (이스라엘의) 벤 구리온 공항 세관에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가자지구는 전쟁 이후 보건 인력 750명 이상이 사망하고 보건 시설 중 4분의 1 이하만 운영되는 등 심각한 보건 시스템 붕괴를 겪었다. 그는 “의료 시스템이 모두 멈춰 소아마비 백신이 가자지구에 보급되더라도 실제 접종까지도 어려울 수 있다. 소아마비 바이러스의 전 세계 확산을 막기 위해 인도적지원 접근을 보장하고 적대 행위 중단이 즉각 이뤄져야 한다”고 발표했다.
소아마비의 확산 위협이 커지면서 세이브더칠드런을 포함한 국제 인도주의 단체 27곳은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또한, 국제법에 따라 이스라엘 정부에 대해 가자지구 내에서 안전한 인도주의적 접근의 의무를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 인도주의단체는 올해 5월 초까지 라파를 거점으로 활동했으나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확대되며 데이르 알 발라로 강제 이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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