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집중 수사에 착수했으나, 범죄에 사용된 텔레그램의 협조가 부족해 수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텔레그램은 다양한 범죄에 악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 기관의 요청에 응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텔레그램을 한국에서 강제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사이버범죄수사과는 28일부터 7개월간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특별 집중단속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시·도경찰청 사이버성폭력수사팀을 중심으로 딥페이크 제작 및 유포자를 추적해 검거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텔레그램의 협조가 부족해 난항이 예상된다. 텔레그램은 종단 간 암호화 기술을 사용해 메시지를 송신자와 수신자만 복호화할 수 있도록 해, 중간 서버를 수색하더라도 내용을 해독할 수 없다.
지난 2019년 N번방 사건 당시에도 텔레그램은 경찰의 수사 협조 요청을 모두 무시했으며, 결국 민간 인권단체 ‘추적단불꽃’이 잠입 수사를 통해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이후에도 경찰은 텔레그램의 협조를 받지 못해 대화방에 잠입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딥페이크 성범죄도 텔레그램 봇(Bot)을 통해 불법 합성물이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봇과 1대 1 비밀 채팅방 형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불법 프로그램 제작자를 추적하는 데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12월 시행된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텔레그램에는 적용되지 않아 성범죄물 삭제나 유통 방지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 법은 성범죄물에 대한 삭제 및 차단 조치를 의무화했지만, 정작 텔레그램은 해당 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일각에서는 경찰의 수사력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N번방 사건 이후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N번방 사건은 결국 관련 주범들을 검거했다"며, "민간 인권단체가 해낸 일을 경찰이 해내지 못한다는 것은 해명해야 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허 연구관은 이어 "딥페이크 성범죄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문제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존재해온 범죄"라며, "협력이 안 된다는 이야기는 현실이 매우 참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모든 범죄에 대해 경찰이 손을 쓰지 못한다면, 텔레그램을 한국에서 강제 퇴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제 퇴출의 결단이라도 내려야 할 때"라는 그의 주장은, 경찰 수사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일각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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