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사망자의 96.6%가 자살 시도 전 주변에 경고 신호를 보냈지만, 10명 중 7명 이상은 이 신호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함께 9년간 진행한 자살 사망자의 심리 부검 면담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심리 부검’은 자살 사망자의 가족이나 지인의 진술과 기록을 토대로 고인의 심리 상태와 행동 변화, 자살 원인을 추정하는 조사 방법이다. 이번 발표는 2015년부터 2023년까지 9년간 진행된 조사 결과로, 자살 사망자 1099명에 대한 심리 부검 면담 자료를 통해 얻어진 결과다. 조사에 따르면, 자살 사망자의 96.6%가 사망 전 경고 신호를 보였으나, 이를 인지한 주변 사람은 23.8%에 그쳤다.
경고 신호는 사망 시점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났다. 사망 1개월 이내에는 감정 상태 변화(19.1%)와 주변 정리(14.0%)가 주요 경고 신호로 드러났다. 반면, 사망 1년 이상 전부터 나타난 신호로는 수면 상태 변화(26.2%)와 자살에 대한 언급(24.1%)이 높은 비율을 보였다. 자살 사망자는 평균적으로 4.3개의 스트레스 사건을 경험했으며, 이들은 다양한 생애주기별로 스트레스 요인을 겪었다.
자살 사망자의 스트레스 요인은 생애주기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청년기(34세 이하)의 경우 실업과 구직으로 인한 직업 스트레스가 두드러졌다. 장년기(3549세)는 직업 및 경제적 스트레스가 가장 높았으며, 직장 내 인간관계 문제나 사업 실패, 부채 등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년기(5064세)는 퇴직이나 실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았고, 정신건강 문제도 상대적으로 심각했다. 노년기(65세 이상)는 만성질병으로 인한 신체적 스트레스와 우울장애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1인 가구 자살 사망자의 경우, 청년기 비율이 43.8%로, 다인 가구 청년기 비율(28%)보다 훨씬 높았다. 이들은 자택 내에서 사망할 비율이 69%에 달했으며, 최초 발견자는 가족(25.6%), 경찰 및 소방(25.1%), 지인(24.6%) 순이었다. 또한, 1인 가구 중 비정규직 비율은 43.7%로 다인 가구에 비해 높았으며, 지속적인 빈곤으로 인한 스트레스 비율은 15.3%로 나타났다.
심리 부검 면담에 참여한 유족의 98.9%는 자살 사망 이후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족의 72.7%는 고인의 자살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못했으며, 이는 자살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상대방이 받을 충격에 대한 우려가 주된 이유로 꼽혔다.
이형훈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은 이번 심리 부검 결과를 자살 예방 정책의 근거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살 시도자나 자살 고위험군이 보내는 경고 신호를 주변 가족, 친구, 동료들이 잘 인식하고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도 "이번 심리 부검 면담 결과는 자살 경고 신호와 주요 스트레스 요인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며, "특히 1인 가구 분석과 같은 심층적인 연구가 활성화되어 자살 예방 사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