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권의 강화된 국경 통제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의 탈북이 계속되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보도를 통해 북한 당국이 새로운 국경장벽 건설, 경비초소 재무장, 추가 지뢰 매설 등 다양한 방법으로 탈북을 막으려 하고 있지만, 탈북자들이 창의적인 탈출 방법을 찾아내며 이를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발생한 두 건의 탈북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20일 새벽, 20대로 추정되는 북한군 병사가 강원 고성군 동해선 인근 군사분계선(DMZ)을 도보로 넘어 남한으로 귀순했다. 이는 2019년 이후 처음으로 발생한 현역 북한 군인의 탈북 사례다. 또한 8일에는 한 북한 주민이 인천 강화군 교동도 북측 한강 하구 중립수역을 통해 '도보 귀순'에 성공했다.
WSJ은 이러한 잇따른 탈북 사례가 김정은 정권에 대한 내부 불만이 고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북한 주민들은 만성적인 식량 부족, 국제 제재로 인한 경제 악화, 열악한 인권 상황 등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정권은 최근 몇 년간 보안을 대폭 강화하고, 국경에서 탈북자 발견 시 즉시 사격하도록 명령하는 등 강경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방법을 통한 탈북이 계속되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외교관과 유학생을 포함한 이른바 '엘리트 탈북자'의 수가 수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북한 주민들이 나무배를 이용해 해상 국경을 넘는 사례도 있었으며, 쿠바에 주둔 중이던 북한 외교관이 남한으로 탈출한 사건도 발생했다. 이는 북한 주민들의 탈북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WSJ은 최근 발생한 북한 병사의 탈북과 관련하여 북한 군인들이 처한 열악한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DMZ 주변에서 진행 중인 새로운 장벽 건설과 지뢰 추가 매설 작업 과정에서 지뢰 폭발과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남한이 북한의 대남 선전물에 대응해 송출하는 확성기 방송이 북한 군인들의 사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었다.
강동완 동아대 정치학과 교수(전 탈북민 정착지원센터장)는 "북한 주민들이 강화된 국경 통제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거나 위험한 바다를 건너오는 것은 그들의 불만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탈북민 단체 한 관계자는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북한 정권의 강압적인 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자유를 갈망하는 북한 주민들의 의지가 꺾이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북한 당국의 통제 강화와 탈북자들의 새로운 탈출 방법 모색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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