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에너지 산업의 핵심 법안으로 꼽히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특별법(이하 고준위법)이 새롭게 추진되고 있다. 지난 국회에서 폐기된 이 법안이 이번에는 다수당인 야당에서 발의되어 본회의 통과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5일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이 지난 13일 고준위법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원전 가동으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는 관리시설 건설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현재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에 보관 중이나, 이 시설들의 포화가 임박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고준위법은 21대 국회에서도 여야 모두 발의했으나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당시 쟁점은 부지 내 저장시설의 저장용량이었다. 정부와 여당은 원전의 설계수명 기간 동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연료량 이내로 제한하되, 별도 심의를 거쳐 조정 가능하도록 주장했다. 반면 야당은 설계수명 기간 내 예측량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이번 22대 국회에서도 여당은 총 4건의 고준위법을 발의했으며, 모두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야당에서는 김성환 의원이 처음으로 법안을 발의했지만, 역시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와 정부 부처에서는 고준위법의 신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현재 임시저장 중인 사용후핵연료는 2030년부터 순차적으로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방폐장 건설에 30년 이상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법안 통과 지연 시 원전 가동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우려된다.
한국수력원자력 황주호 사장은 "고준위법이 무산될 경우 대만처럼 원자력 발전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며 방폐장 건설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위원회도 고준위법을 '민생 법안'으로 규정하며 22대 국회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1.1%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마련이 시급하다고 답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법안을 발의한 김성환 의원은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는 원전 찬반을 떠나 우리 세대의 책임"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원전 확대 일변도인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기후위기 극복의 대안이 될 수 없다"며 부지 내 저장시설 건설을 원전의 당초 설계수명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여야 간 입장차가 여전한 가운데, 고준위법의 국회 통과 여부와 그 과정에서의 협상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에너지 안보와 환경 안전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고준위법의 향방이 국가 에너지 정책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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